
평소 술에 의존해 과음하던 사람이 금주를 시도할 때 우울감과 불안이 심해지는 현상은 단순한 심리적 문제만은 아닐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장기간 알코올에 노출되면 뇌의 면역세포가 과도하게 활성화돼 부정적인 감정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알코올 연구센터 연구진은 최근 오랜 알코올 섭취가 정서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실험 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쥐에게 4∼10일간 반복적으로 알코올을 투여한 뒤 이를 중단했고, 그 결과 불안 행동과 공포 반응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뇌의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가 활성화되며 신경 염증이 발생했다. 이러한 변화는 알코올 투여 기간이 길수록 더욱 분명하게 관찰됐다. 연구진은 알코올이 뇌 면역 반응을 자극해 감정 조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세아교세포의 활성을 선택적으로 억제했을 경우, 알코올 중단 이후 나타났던 우울과 불안 행동은 눈에 띄게 감소했다. 연구진은 “미세아교세포 활성화가 부정적 감정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 병리학 저널(The American Journal of Pathology)》에 최근 게재됐다.
전문가들은 금주 과정에서 나타나는 우울감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다시 술을 찾는 행동이 반복될 경우, 알코올 의존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지적한다. 이는 중독의 악순환을 강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알코올 사용 장애(AUD·Alcohol Use Disorder)는 음주 조절 능력을 상실해 술을 끊지 못하는 만성 질환으로, 전 세계 환자 수는 약 9천5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UD 환자의 약 60%는 치료를 받더라도 1년 이내 재발을 경험한다.
현재 AUD 치료는 상담과 행동 치료, 일부 약물 치료에 집중돼 있으며, 금주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도한 불안과 우울감을 직접적으로 완화하는 치료제는 아직 제한적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뇌 면역세포를 표적으로 삼아 부정적인 감정의 악순환을 차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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