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매만큼은 피하고 싶다”는 말은 이제 고령층 사이에서 흔한 인사말이 됐다. 암보다 치매를 더 두려워하는 이유는, 기억과 존엄을 동시에 잃을 수 있다는 불안 때문이다. 의료 현장에서도 치매에 대한 공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암 치료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김의신 박사는 한국에서 치매 환자가 급증하는 배경으로 고령화와 함께 만성 염증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특히 구강 내 세균이 만들어내는 염증이 혈관과 신경 경로를 따라 뇌로 전달되며 치매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치매는 갑작스럽게 시작되는 질환이 아니라, 오랜 기간 축적된 염증의 결과라는 설명이다.
일본에서 20만 명 이상의 치매 환자를 진료한 신경과 전문의 하세가와 요시야 박사는 치아 감소와 치매 위험의 상관관계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치주질환균이다. 치주염을 유발하는 세균이 분비하는 염증 물질은 혈류를 통해 뇌로 이동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알츠하이머 치매의 주요 원인 물질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뇌에 축적될 가능성이 커진다.
둘째는 저작 기능 저하다. 씹는 행위는 뇌로 혈류를 보내는 중요한 자극이다. 치아가 줄어들어 제대로 씹지 못하면 뇌로 가는 혈류량이 감소하고, 이는 인지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는 식사의 즐거움 감소다. 치아 문제로 식사가 불편해지면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편도체 자극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뇌 위축이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목할 점은 시기다. 치주질환은 보통 40대부터 시작되고, 치매 역시 이 무렵부터 아주 서서히 진행된다. 두 질환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같은 시간 축 위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과정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치매 예방의 출발점으로 구강 위생 관리를 꼽는다. 올바른 양치질로 치주균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만성 염증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는 치매 예방뿐 아니라 치아 상실과 고비용 치과 치료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치아는 단순한 소화 도구가 아니라, 뇌 건강과 직결된 신체 기관이다. 치매 예방은 거창한 치료보다 일상의 작은 관리에서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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