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식품 이물질, '해썹 인증'은 왜 취소되지 않나

식품위생법 최다 위반 업체도 인증 유지… 품목별 제재, 솜방망이 가중 처벌 규정이 원인으로 꼽혀

기사 핵심 요약

해썹(HACCP) 인증 식품에서 이물질이 반복 검출돼도 인증이 유지되는 문제가 지적된다. 이는 특정 품목만 제재하는 규정과 비현실적인 가중 처벌 기준 등 제도적 허점 때문이다.

식품위생법을 위반해도 해썹 인증이 유지되는 제도적 허점.

  • 식품위생법 최다 위반 업체도 해썹 인증 유지
  • 이물질 검출 시 해당 '품목'만 제재해 실효성 떨어져
  • '동일 품목·동일 재질' 조건 까다로워 가중 처벌 어려워

정부의 식품 안전 관리 시스템인 '해썹(HACCP) 인증'을 받은 유명 식품업체에서 곰팡이, 플라스틱 등 이물질이 반복적으로 검출돼도 인증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나 제도적 허점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품 안전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해썹 인증 마크의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

과자 포장지의 해썹 인증 마크를 돋보기로 확대해 보는 모습.
해썹(HACCP)은 식품의 원재료부터 소비까지 전 과정의 유해요소를 관리하는 위생 인증 제도다 (사진 - AI 생성)

위생법 위반 1위 업체도 '해썹' 유지, 반복되는 이물질 검출

해썹(HACCP)이란 식품의 원재료 생산부터 최종 소비자가 섭취하기 전까지 각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해요소를 규명하고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과학적인 위생관리체계다. 많은 소비자가 자녀 간식 등을 고를 때 이 마크를 기준으로 삼을 만큼 신뢰도가 높지만, 현장 관리는 부실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9일 국민의힘 이소희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6월까지 식품위생법 위반 상위 8개 해썹 인증 업체 모두 현재 인증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들 업체의 전체 위반 사항 113건 중 103건(91.2%)이 이물질 검출이었다. 특히 한 유명 초콜릿 제조업체는 최근 4년여간 이물질 검출 14건을 포함해 총 18건의 식품위생법을 위반, 조사 대상인 1만 1319곳의 해썹 인증 업체 중 최다 위반을 기록했음에도 인증을 유지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초콜릿·조미김·떡… 식품 종류 가리지 않는 이물질

주요 위반 업체들에서는 플라스틱, 금속, 곰팡이 등 다양한 이물질이 여러 품목에 걸쳐 발견됐다. 이는 일부 업체의 위생 관리가 총체적으로 부실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물질 검출이 반복되는 상위 업체들의 주요 사례는 다음과 같다.

업체 유형 이물질 검출 횟수 주요 이물질 종류
초콜릿 제조업체(A사) 14건 곰팡이, 플라스틱, 머리카락, 비닐, 고무
조미김 업체(B사 및 계열사) 28건 플라스틱, 고무, 금속, 비닐
도시락 제조업체(C사) 5건 돌, 비닐, 벌레
떡 제조업체(D사) 12건 금속, 곰팡이
견과류 가공업체(E사) 13건 벌레, 돌
자료: 이소희 의원실 (2022년~2026년 6월)
해썹 인증을 받은 식품 공장의 위생적인 생산 라인 전경.
해썹 인증을 받으려면 시설과 공정 등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하며 매년 정기 심사를 받는다 (사진 - AI 생성)

이물질 나와도 인증 유지되는 두 가지 이유

이물질 검출 같은 명백한 위생 문제가 반복돼도 해썹 인증이 취소되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술한 관리 기준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현행 제도는 업체 전체의 위생 수준을 평가하기보다 개별 품목에 대한 제재에 그치고, 가중 처벌 기준 또한 매우 까다로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는다.

'위험 분산' 가능한 품목별 제재

식약처는 이물질이 검출되면 해당 업체 전체가 아닌 이물질이 나온 특정 '품목'을 기준으로 제재한다. 예를 들어 한 제과업체가 수십 종류의 과자를 생산할 때, A 과자에서 이물질이 나와도 B 과자 생산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업체 입장에서는 여러 품목에서 이물질이 번갈아 나와도 식품위생법 위반에 따른 생산 중단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상습 위반 업체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가 어렵다.

'같은 품목, 같은 재질'만 가중 처벌… 솜방망이 규정

반복적인 이물질 검출에 대한 가중 처벌 규정 역시 문제로 꼽힌다. 식품에서 이물질이 처음 나오면 시정 명령에 그치며, 반복될 경우 품목 제조 정지(5~10일) 처분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가중 처벌이 적용되려면 '1년 안에 같은 품목에서 같은 재질의 이물질'이 나와야 한다. 가령 초콜릿에서 머리카락이 발견된 후, 1년 안에 다시 같은 초콜릿에서 플라스틱 조각이 나오면 재질이 달라 가중 처벌 대상이 되기 어렵다. 전직 식약처 관계자는 “이물질이 한 건이든 여러 건이든 해썹 평가에서 감점은 1점으로 똑같다”고 지적했다.

마트에서 식품을 고르는 소비자가 포장지의 인증 마크를 꼼꼼히 살피고 있다.
많은 소비자가 식품 구매 시 안전의 기준으로 해썹 인증 마크를 확인하지만, 관리 부실 문제는 신뢰도를 위협한다 (사진 - AI 생성)

"국민 안전보다 업체 이익 보장하나"… 제도 개선 목소리

정치권을 중심으로 현행 해썹 제도가 국민의 안전보다 업체의 이익을 보장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은 해썹을 통해 식품 안전성을 확보한다고 홍보하지만, 실제 관리 감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이소희 의원은 “지금의 해썹 마크가 과연 국민의 먹거리 안전 보장을 위한 것인지 업체의 이익 보장을 위한 것인지 따져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는 식품 위생을 더욱 엄격하게 관리한다. 미국은 상습적으로 위생 규정을 위반하는 업체에 대해 제조 및 유통 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유럽연합(EU) 역시 시설 폐쇄 같은 강력한 행정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주 묻는 질문

해썹(HACCP) 인증이 정확히 무엇인가요?

해썹은 식품의 원재료 생산부터 소비자가 섭취하기 전까지 각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해요소를 분석하고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과학적인 식품 위생관리 인증 제도입니다.

식품에서 이물질이 계속 나와도 왜 해썹 인증이 취소되지 않나요?

현행 규정상 이물질이 검출된 특정 품목만 제재 대상으로 삼고, 가중 처벌 기준이 '1년 내 같은 품목에서 같은 재질의 이물질'이 나와야 하는 등 매우 까다로워 실질적인 제재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해썹 인증은 한 번 받으면 영구적인가요?

아닙니다. 해썹 인증은 매년 정기 평가를 받고 3년마다 연장 심사를 통과해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평가 기준의 허점으로 인해 위반 사항이 있어도 인증이 유지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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