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래 진료실에서 대장암 진단을 처음 들은 환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하다. “제가요?”라는 짧은 반문이다. 과거에는 예외로 여겨졌던 30~40대 대장암 환자가 이제는 설명이 필요 없는 존재가 됐다. 의료 현장에서는 이미 변화가 일상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집계한 2023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암은 여전히 국내 사망 원인 1위다. 대장암은 폐암, 간암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연령대를 세분화하면 흐름은 더욱 분명해진다. 50세 미만 연령층에서 대장암 발생 증가 속도가 눈에 띄게 빠르다.
국제 비교에서도 한국은 특이한 위치에 있다. 다수 연구에서 한국의 20~40대 대장암 발병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분류된다. 의료진 사이에서 “젊은 대장암이 확실히 늘었다”는 말이 먼저 나오는 이유다.
의사들이 가장 먼저 지목하는 요인은 생활습관이다. 유전보다 환경, 그중에서도 식단 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대장암이 식사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지만, 최근 들어 이를 대규모로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의료계에서 자주 언급되는 연구는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폐경기 여성 50만 명 이상을 장기간 추적한 분석이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렸다. 연구진은 식단 요소 97가지를 비교한 끝에 칼슘과 알코올이 대장암 위험과 가장 뚜렷한 연관성을 보였다고 밝혔다.
하루 칼슘 섭취량이 약 300mg 증가한 집단, 우유 한 컵 수준을 꾸준히 섭취한 경우 대장암 발생 위험은 약 17% 낮았다. 이는 우유뿐 아니라 시금치, 브로콜리 같은 녹색 잎채소나 두유 등 칼슘이 풍부한 식품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유제품 여부보다 ‘칼슘 섭취량 자체’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하루 알코올 섭취량이 20g 안팎, 와인 한 잔이나 맥주 한 캔 정도를 꾸준히 마신 경우 대장암 위험은 약 15% 증가했다. 가공육과 붉은 고기 섭취 역시 위험 요인으로 확인됐다.
칼슘은 뼈 건강을 떠올리기 쉽지만, 대장에서는 담즙산이나 유리 지방산과 결합해 점막 자극을 줄이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관찰 연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칼슘이 대장암을 직접 예방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보충제가 동일한 효과를 내는지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의료계가 이 연구를 주목하는 이유는 규모와 추적 기간 때문이다. 식단과 대장암의 관계를 가장 많은 인원을 대상으로 가장 오랫동안 분석한 연구 중 하나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요즘 외래에서는 약 이야기보다 ‘무엇을 먹어야 하느냐’는 질문이 먼저 나온다”며 “우유, 고기, 술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고 전했다. 그는 “하나의 음식만 바꾼다고 해결되지는 않지만, 방향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극단적인 식단 조절을 경계한다. 특정 음식 하나로 암을 막을 수는 없지만, 음주를 줄이고 가공육 섭취 빈도를 낮추며 채소와 칼슘 섭취를 늘리는 식습관은 여러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제시되는 권고다.
젊은 대장암 증가는 단기간에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외래에서 비슷한 질문이 반복되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의료 현장에서는 이미, 약보다 식단 이야기가 먼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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