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해상에서 제철을 맞은 문어·낙지잡이가 한창이지만, 어구 분실과 도난 사건이 잇따르며 어민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고가의 통발 어구와 함께 어획물까지 통째로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지만, 해경의 단속과 수사는 피해 어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수해경과 피해 어민들에 따르면 고흥군 도양읍에 거주하는 어부 김모 씨(66)는 지난달 여수 금오도 해상에 낙지잡이용 통발 150개를 일정 간격으로 설치했지만, 단 하룻밤 사이 130개가 사라졌다.
개당 7000원에 달하는 통발 가격과 함께, kg당 4만~5만 원에 거래되는 낙지까지 포함하면 피해액은 약 3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고흥군 나로도 해상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이어졌다. 어업 경력 5년 차인 청년 어부 김모 씨(34)는 외나로도 인근에 문어잡이용 통발 500개를 설치했으나, 열흘 뒤 수거 과정에서 단 40개만 건졌다.
나머지 460개는 통째로 사라졌으며, 피해 금액은 약 500만 원에 달한다. 김 씨는 “문어와 낙지 수십 마리까지 함께 없어져 황당했다”며 “해경에 정식으로 신고할 예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지만, 번거로움과 낮은 검거율 때문에 신고를 포기하는 어민들도 많다.
실제로 앞서 낙지잡이용 통발을 잃은 김 씨는 해경에 신고했으나, 사건은 검찰에서 ‘혐의 없음(증거 불충분)’으로 종결됐다.
김 씨는 “피의자로 의심되는 인물이 합의를 제안한 적도 있었고, 해경에 증거까지 제출했는데도 무혐의 처리됐다”며 “수천만 원을 투자해 놓은 어구를 한순간에 잃으면 절망감이 클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여수해양경찰서는 어구 도난 사건을 ‘절도죄’보다는 ‘재물손괴죄’로 판단해 수사했으나, 고의성 여부가 입증되지 않아 불기소 처분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여수해경 관계자는 “어장이 겹치다 보면 다른 어민이 어구를 수거하는 과정에서 딸려 들어갈 수 있어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다만 향후 관할 해역에서의 예찰과 단속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1~8월까지 여수해경이 집계한 어구 관련 사건은 총 29건으로, 이 가운데 재물손괴가 23건, 절도가 6건이었다.
어민들은 고의적 도난 행위에 대해 보다 강력한 단속과 처벌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어민 생계와 직결되는 어구 피해는 단순한 분실이 아닌 생존권 침해 문제”라며 “해경과 지자체 차원의 제도적 보완과 감시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용현 ([email protected])
같은 주제 기사 모아보기
사건사고 관련 기사 더 보기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