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치매라고요?”
외래 진료실에서 알츠하이머 진단을 처음 들은 환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하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그 다음에 이어지는 설명은 조금 달라졌다. “이제는 치료를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라는 말이 조심스럽게 덧붙는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한국에서 치매 환자는 지난 10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치매 환자 10명 중 7명가량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 치매는 그동안 ‘진행을 늦출 수는 있어도 되돌릴 수는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증상 완화제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이 흐름에 변곡점이 생겼다. 알츠하이머의 원인 물질로 지목돼 온 베타 아밀로이드를 직접 겨냥한 항체 치료제가 등장하면서다. 레카네맙 성분의 알츠하이머 항체 주사는 202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뒤 미국, 일본, 중국에 이어 지난해 1월부터 국내에서도 상용화됐다.
기존 치료제는 알츠하이머로 감소한 신경전달물질을 보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병의 원인 자체를 제거하지는 못했다. 반면 레카네맙은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체에 결합해 뇌에 쌓인 플라크를 줄이는 방식이다. ‘질병의 진행 경로를 조절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변화가 관찰되고 있다.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항체 주사 치료를 시작한 80대 남성은 6개월 치료 후 인지 기능이 호전되며 중단했던 인터넷 쇼핑을 다시 할 수 있게 됐다. 일상 기능이 돌아오면서 삶의 반경도 넓어졌다.
알츠하이머 진단 후 중기 단계로 접어든 또 다른 80대 여성은 항체 치료와 함께 약물·비약물 치료를 병행하며 생활 패턴이 달라졌다. 남편 사별 이후 우울감과 함께 방에만 머물던 그는 현재 주간보호센터 활동과 외출을 병행하며 활력을 되찾았다.
전문가들은 치료제의 의미를 과장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알츠하이머 항체 주사는 ‘완치제’가 아니다.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효과를 보장하지도 않는다. 다만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시대를 벗어났다는 점”은 분명하다는 평가다.
최성혜 신경과 교수는 “알츠하이머는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 시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약물 치료와 함께 사회적 활동, 신체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인지 기능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인지가 예전 같지 않다고 삶을 접을 필요는 없다.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 자체가 치료의 일부가 되고 있다. 알츠하이머를 둘러싼 이야기는 이제 ‘체념’에서 ‘관리’로 옮겨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오는 16일 오후 9시 55분 EBS 1TV ‘명의-알츠하이머, 이제는 치료할 수 있다’ 편을 통해 보다 자세히 다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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