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밥과 국, 김치로 대표되는 한국인의 식탁은 오랫동안 ‘건강한 밥상’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이러한 식습관이 암 발생과 사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에서 발생하는 암의 약 6%, 암 사망의 약 5.7%가 식습관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국제학술지 ‘역학과 건강(Epidemiology and Health)’에 게재된 국내 연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 전체 암 발생의 6.08%, 암 사망의 5.70%가 특정 식이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번 연구는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과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공동 연구팀이 국민건강영양조사와 국내 코호트 연구 자료를 토대로 2015년부터 2030년까지 한국인의 식습관이 암 발생과 사망에 기여하는 비중을 분석한 것이다.
연구 결과 식습관과 관련된 암 발생 가운데 위암의 비중이 가장 컸다. 전체 식이 관련 암 발생 사례의 44% 이상이 위암이었고, 사망 비중도 37%를 넘었다. 특히 김치 등 염장 채소 섭취가 위암과 강한 연관성을 보이며, 짠맛 위주의 식생활이 국내 위암 부담을 키워온 구조적 배경임을 수치로 확인했다.
다만 긍정적인 변화도 관찰됐다. 국내 염장 채소 섭취는 점차 감소하는 추세로, 연구팀은 2030년에는 관련 암 발생 기여도가 1.17%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팀은 “나트륨 저감 정책과 식습관 변화가 일정 부분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채소와 과일 섭취 부족은 여전히 문제로 지적됐다. 한국인의 하루 평균 채소·과일 섭취량은 약 340g으로, 국제 권장량인 490∼730g에 크게 못 미친다. 이 부족분이 위암과 대장암, 일부 호흡기·소화기계 암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염장 채소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신선한 채소와 과일 섭취를 늘려야 식습관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목할 점은 암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붉은 고기와 가공육의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점이다. 2020년 기준 붉은 고기로 인한 암 발생 기여도는 0.10%, 가공육은 0.02%에 그쳤다. 이는 서구 국가와 다른 한국의 식생활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국가별로 보면 한국의 식습관 관련 암 발생 비중은 미국(5.2%), 프랑스(5.4%)보다는 높고, 영국(9.2%), 독일(7.8%)보다는 낮았다. 성별로는 남성의 영향이 더 컸다. 남성 암 발생의 8.43%, 사망의 7.93%가 식습관과 연관된 반면, 여성은 각각 3.45%, 2.08%로 나타났다.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이정은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한국의 암 예방 전략이 ‘한국인의 식탁’을 정면으로 바라봐야 함을 보여준다”며 “덜 짜게 먹고,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며, 가공육 소비 증가를 경계하는 것이 암 발생과 사망을 줄이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맵고 짠 음식은 위 점막을 지속적으로 자극해 만성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30대 위염·십이지장염 환자는 2020년 109만 명에서 2023년 113만 명으로 4년 연속 증가했다. 국가암정보센터 집계에서는 2022년 위암 신규 환자가 2만9487명으로 전체 암 중 5위를 차지했다. 위암은 유전적 요인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식습관 등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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