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응씨배는 세계 정상급 프로 바둑 기사들이 참가하는 국제 바둑대회로, 정식 명칭은 응씨배 세계프로바둑선수권대회다. 1988년 창설됐으며 대만 출신의 바둑 후원자 잉창치가 고안한 응씨룰을 사용한다. 개최 주기가 4년이라는 점 때문에 바둑계에서 '바둑 올림픽'으로 불리기도 한다.
응씨배는 창설 초기부터 큰 우승상금과 독자적인 경기 규칙으로 주목받았다. 한국은 초대 대회에서 조훈현이 우승한 것을 시작으로 서봉수, 유창혁, 이창호, 최철한 등이 정상에 올랐고, 중국과 일본 기사들도 이후 우승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1989년 조훈현의 초대 우승은 한국 바둑이 세계 정상권으로 도약하는 중요한 계기로 평가된다.
창설과 대회 구조
응씨배는 1988년 창설됐다. 대회 창시자인 잉창치는 기존 일본식 계가와 다른 독자적인 바둑 규칙을 개발했으며, 이를 국제대회에 적용해 세계 정상급 기사들이 경쟁하는 무대를 만들었다.
대회는 일반적으로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된다. 초반 본선에서는 단판 승부를 중심으로 참가자를 줄이고, 준결승과 결승에서는 다번기를 통해 우승자를 결정한다. 결승은 전통적으로 5번기로 치러져 먼저 3승을 거둔 기사가 우승한다.
개최 주기는 원칙적으로 4년이다. 일반적인 세계대회가 매년 또는 비교적 짧은 주기로 열리는 것과 달리 올림픽과 비슷한 주기를 갖고 있어 우승 기회가 제한적이다. 이러한 특징과 높은 상금, 세계 정상급 기사들의 참가가 결합돼 응씨배는 오랫동안 주요 메이저 세계대회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아 왔다.
응씨룰의 특징
응씨배의 가장 큰 특징은 응씨룰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응씨룰은 '전만법'으로도 불리며 빈 집의 개수를 세는 방식보다 바둑판 위에 놓인 돌과 영역을 점 단위로 계산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덤은 8점으로 설정돼 있으며 한국식 집 계산으로는 약 7집반에 해당한다.
시간 규정도 일반 대회와 차이가 있다. 전통적인 응씨배에서는 초읽기를 사용하는 대신 기본 제한시간을 모두 소진하면 일정 시간 단위로 벌점을 부과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대표적으로 제한시간을 넘길 때마다 2점의 벌점을 받고 정해진 횟수만큼 시간을 연장할 수 있으며, 허용 횟수를 초과하면 시간패가 되는 방식이 사용됐다.
이러한 규칙은 승부의 형세와 시간 관리가 직접 연결된다는 특징을 만든다. 단순히 시간을 모두 사용한 뒤 초읽기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추가 시간을 사용하는 대가가 실제 점수에 반영되기 때문에 선수의 판단과 시간 배분이 경기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역대 우승과 바둑사적 의미
초대 응씨배는 1989년 조훈현이 우승했다. 이 우승은 한국 프로바둑이 세계무대에서 정상권에 진입한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이후 제2회 서봉수, 제3회 유창혁, 제4회 이창호가 연속으로 정상에 올라 한국 기사들이 초창기 대회를 장기간 지배했다.
제5회에서는 중국의 창하오가 우승해 중국 기사로는 처음 정상에 올랐고, 제6회에서는 최철한이 우승해 한국이 다시 우승컵을 가져왔다. 제7회에서는 중국의 판팅위가 박정환을 꺾고 우승했으며 이후 중국 기사들의 우승도 이어졌다.
제9회 대회에서는 신진서가 우승했고, 제10회에서는 일본의 이치리키 료가 정상에 올랐다. 이치리키 료의 우승은 일본 기사로서는 응씨배 첫 우승이자 일본 바둑계가 오랜 기간 만에 기록한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이라는 의미도 있었다.
응씨배는 오랜 개최 역사와 독자적인 규칙, 4년 주기라는 희소성 때문에 세계 프로바둑을 대표하는 국제대회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특히 여러 세대의 한국·중국·일본 정상급 기사들이 결승을 통해 시대를 대표하는 승부를 남겨왔다는 점에서 동아시아 현대 바둑사의 흐름을 보여주는 대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