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의 인기로 오마카세와 파인다이닝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가운데, 고급 음식점 예약 후 나타나지 않는 ‘노쇼’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음식점 예약 취소와 예약 부도에 대한 위약금 기준을 대폭 강화하며 제도 개선에 나섰다. 특히 파인다이닝과 오마카세처럼 사전 준비 비용이 큰 업종의 경우 노쇼 위약금 상한이 기존보다 크게 높아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8일 소비자와 사업자 간 분쟁을 보다 공정하고 원활하게 해결하기 위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개정·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노쇼 위약금 기준 상향이다. 그동안 음식점 예약 부도에 따른 위약금은 총이용금액의 10% 이하를 기준으로 삼아왔지만, 현실적인 피해 규모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공정위는 이러한 문제를 반영해 음식점을 유형별로 세분화하고, 노쇼 위약금 기준을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주방 특선 오마카세나 파인다이닝처럼 예약을 기반으로 재료와 음식을 미리 준비하는 업소는 ‘예약 기반 음식점’으로 별도 분류된다. 이들 업소는 예약이 취소되거나 노쇼가 발생할 경우 식재료를 당일 폐기해야 하고, 단기간 내 대체 손님을 받기 어려워 손실이 크다는 점이 고려됐다. 이에 따라 예약 기반 음식점의 노쇼 위약금 상한은 총이용금액의 40% 이하로 설정됐다. 일반 음식점은 기존보다 상향된 20% 이하가 기준이 된다.
공정위는 통상 외식업의 원가율이 3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해 위약금 비율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즉 노쇼 위약금이 단순한 제재가 아니라 실제 손해를 일정 부분 보전하는 수단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이로써 파인다이닝과 오마카세 업계는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노쇼 피해에 대해 이전보다 강력한 대응이 가능해졌다.
노쇼 문제는 이미 업계에서도 오래전부터 경고돼 왔다. ‘흑백요리사’ 시즌1에서 ‘백수저’로 등장한 스타 셰프 최현석은 2015년부터 ‘노쇼를 하면 셰프도 없다’ 캠페인을 진행하며 올바른 외식 문화 정착을 호소해왔다. 그는 당시 KBS 2TV ‘해피투게더’에 출연해 노쇼 피해 규모를 언급하며 “매달 2500만원 정도가 빠지더라”고 토로한 바 있다. 이번 위약금 기준 강화는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가 제도에 반영된 사례로 평가된다.
개정 기준은 고급 음식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김밥 100줄과 같은 대량 주문이나 50명 규모의 단체 예약을 해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경우에도 예약 기반 음식점에 준하는 노쇼 위약금을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러한 위약금 적용은 사전에 문자메시지 등 소비자가 쉽게 인지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고지했을 경우에만 가능하다. 고지가 없었다면 일반 음식점 기준인 20% 이하가 적용된다.
소비자가 예약 시간보다 늦게 도착했을 때 이를 노쇼로 간주하려면, 음식점은 그 기준 역시 사전에 명확히 안내해야 한다. 예약보증금 한도도 함께 상향됐다. 기존에는 예약금 상한이 총이용금액의 10%였지만, 개정 이후 예약 기반 음식점은 40%, 일반 음식점은 20%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번 개정안에는 예식장 계약 취소 위약금과 숙박업, 국외여행, 스터디카페 등 다른 분야의 분쟁 기준도 함께 반영됐다. 예식의 경우 소비자 사정으로 임박 취소 시 위약금 비율이 최대 70%까지 상향되며, 사업자 사정으로 취소할 경우는 예식 29일 전 이후부터 70% 기준이 적용된다. 숙박업은 이동 경로 일부에 천재지변이 발생한 경우도 무료 취소 대상에 포함시켰다.
‘흑백요리사’ 인기로 촉발된 파인다이닝 붐 뒤에는 노쇼라는 그늘이 존재해왔다. 이번 노쇼 위약금 기준 강화는 소비자의 책임 있는 예약 문화 정착과 함께, 외식업계의 구조적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의미를 가진다. 공정위는 이번 개정을 통해 노쇼 문제로 인한 분쟁이 줄고, 예약 문화 전반이 보다 성숙해지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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