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3년 서울 신림역에서 여성들을 살해하겠다고 허위 살인 예고 글을 게시한 남성이 정부에 거액의 배상 책임을 지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법원이 살인 예고 글 게시자에게 민사상 손해배상을 명령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단순한 형사 처벌을 넘어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판결로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3단독 조정민 판사는 최근 정부가 최 모 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 최 씨는 정부에 4천3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정부가 청구한 금액 전액을 인정했다.
이번 소송은 국가를 대표하는 법무부가 주체가 됐으며, 정부는 살인 예고로 인해 다수의 경찰력이 긴급 투입되면서 인적·물적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법원은 정부의 손을 들어주며 허위 위협 행위에 대해 민사적 책임까지 물을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7월 2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최 씨는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지 닷새 만에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신림역 2번 출구 앞에 칼을 들고 서 있다. 이제부터 사람을 죽인다”라는 글을 올렸다.
글은 곧바로 온라인에서 확산됐고, 112 신고가 접수되자 경찰은 이를 실제 위협 상황으로 인지하고 신속히 출동했다.
현장에는 약 20명의 경찰관이 투입됐으며, 이후 사이버수사팀, 경찰기동대 등 수백 명의 인력이 동원돼 허위 글의 작성자 신원을 추적하고 검거하는 데 집중했다.
법무부는 이번 사건으로 약 4천300만 원의 국민 세금이 불필요하게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경찰 인력 약 700여 명이 투입돼 사건 대응에 나섰으며, 장비와 인력 운영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됐다.
이에 정부는 단순한 형사 처벌로는 부족하다며 최 씨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러한 정부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앞서 최 씨는 형사 재판에서도 책임을 물었다.
그는 허위 글을 게시해 사회적 불안을 조성하고 경찰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다.
그러나 형사 처벌 이후에도 정부는 다시 민사 소송을 제기해 추가적인 법적 책임을 물었고, 최 씨는 결국 형사와 민사 양쪽에서 모두 처벌을 받게 됐다.
이번 판결은 허위 살인 예고나 테러 협박 글과 같은 온라인 범죄에 대해 강력한 법적 경고를 보내는 사례로 평가된다.
단순히 공포심을 조장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로 막대한 공권력이 투입돼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만큼 형사적 제재 뿐 아니라 민사적 배상 책임까지 물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유사 사건 재발 방지에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온라인 공간에서 살인 예고, 테러 예고 등 허위 협박 글이 잇따라 등장하며 사회적 불안을 키우는 상황이다.
이번 판결은 허위 협박 게시자들에게 실질적 경각심을 줄 수 있다는 평가다.
법무부는 판결 직후 “이번 승소는 단순한 배상금 확보 차원을 넘어 허위 위협 행위에 대해 민사 책임까지 물을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을 이끌어낸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도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허위 글 게시 행위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온라인에서 살인 예고나 폭력 협박 글을 올리는 행위는 사회 혼란을 야기하고 경찰력 낭비로 이어지며, 심각한 경우 실제 범죄로 이어질 위험성도 크다.
법조계와 경찰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온라인 허위 협박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법적 대응을 강화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강조했다.
최 씨 사건은 결국 단순한 ‘장난’이나 ‘과장된 표현’으로 치부할 수 없는 범죄임을 입증한 판결로 기록될 전망이다.
허위 협박 글 하나가 수백 명의 경찰력과 수천만 원의 국민 세금을 낭비하게 만들었고, 그 대가는 결국 글을 올린 당사자가 책임지게 됐다.
이소율 ([email protected]) 기사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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