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 지역에 이어지고 있는 극심한 가뭄이 결국 아이들을 돌보는 어린이집 현장까지 깊숙이 파고들었다.
특히 아파트 단지 내에서 운영되는 가정 어린이집들은 아파트와 같은 물탱크를 사용하는 구조적 한계 탓에 단수 사태를 그대로 맞닥뜨리고 있다.
원아 대부분이 영유아라는 점에서 위생 관리와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공간임에도, 제한 급수 상황은 보육 환경 전반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고 있다.
실제 강릉시에 따르면 지역 어린이집 96곳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1곳이 단수 조치로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들 시설을 이용하는 원아 수만 1000명이 넘는다.
문제의 심각성은 아침 출근 시간이 지나자마자 주방과 화장실 수전에서 물 한 방울조차 나오지 않는 현장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아파트 내 일반 가정집을 개조해 운영되는 가정 어린이집은 구조상 별도의 급수 시스템을 갖추기 어렵다.
영유아 20여 명이 생활하는 작은 공간에서 물이 자유롭게 공급되지 않는다면 식사 준비부터 세면, 장난감 소독까지 하루 일과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제한 급수는 오전 6시부터 9시,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하루 7시간으로 설정돼 있지만, 여전히 평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제약이 따른다.
이에 어린이집 현장에서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식단표부터 조정했다.
설거지 거리를 줄이기 위해 빵이나 구운 계란, 구황작물 중심의 메뉴를 도입해 식사 준비 부담을 줄였다.
아이들이 자주 입에 넣는 장난감은 소독 티슈를 활용해 수시로 닦아내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또한 20리터짜리 접이식 물주머니에 미리 확보한 생수를 담아 아이들을 씻기는 데 사용하고 있다.
물이 나오는 시간대에 맞춰 교사들의 출근 시간을 앞당겨 최소한의 준비를 갖추는 모습도 포착된다.
강릉지역 가정 어린이집 연합회도 힘을 보태고 있다.
가뭄이라는 불가항력적인 상황 앞에서 서로의 대처법을 공유하고, 절수 실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정기적인 온오프라인 회의를 이어가고 있다.
한 원장은 “코로나19 때도 모두가 힘을 합쳐 위기를 넘겼다. 이번에도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을 위해 문을 닫을 수 없는 만큼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강릉시는 제한 급수로 인한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 빠르게 지원에 나섰다.
시간제 단수 지역의 어린이집에는 원아 1명당 하루 2리터씩 생수를 지급하고, 물티슈와 손 소독 티슈, 종이 용기, 식판용 비닐 등 일회용품도 함께 제공한다.
아이들의 위생과 안전을 지키는 데 직접적으로 필요한 물품들이 현장에 제때 전달될 수 있도록 모니터링도 강화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요청이 접수되면 곧바로 필요한 물품을 제공하고 있다”며 “가정 어린이집이 물 부족으로 보육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행정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일시적인 불편을 넘어 생활 전반의 위기를 드러내고 있다.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연일 최저치를 기록하며 강릉 지역은 이미 생활용수 부족에 직면했다.
일반 가정뿐만 아니라 취약계층과 영유아 시설까지 단수 피해가 확산되면서, 가뭄이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사회적 재난으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어린이집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단수 사태는 아동 돌봄 체계 전반을 흔들 수 있어, 지자체와 정부 차원의 선제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린이집 원장들과 교사들은 “하루하루가 전쟁 같다”면서도 끝내 웃음을 잃지 않는다.
아이들의 안전과 일상은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생수와 물티슈, 비상 물주머니를 활용한 대응은 그들의 지혜이자 절박함의 산물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보다 안정적인 급수 대책과 장기적인 가뭄 대응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언제든 비슷한 위기가 반복될 수 있다.
강릉의 어린이집 현장은 지금 단순히 물 부족의 불편을 넘어 지역 공동체 전체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물 관리 시스템의 근본적 개선과 더불어, 보육 현장을 포함한 생활 필수 시설의 위기 대응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소율 ([email protected]) 기사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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