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스 그린이 밝는 날에 시노미야 감독, 수작업 작화로 되살린 사라짐의 미학

시노미야 요시토시 감독이 일본화 감각과 바늘 펀칭 워크숍으로 빚어낸 아날로그 영상미

기사 핵심 요약

영화 ‘파리스 그린이 밝는 날에’는 사라져 가는 전통 풍경을 수작업 작화로 되살려낸 시노미야 요시토시 감독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50여 명이 참여한 수채화 채색 및 바늘 천공 기법을 적용해 제76회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는 등 예술성을 입증했다.

시노미야 감독이 수작업 작화와 일본화의 감각으로 완성한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 시노미야 요시토시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으로 제76회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 330년 전통 화약 공장의 철거 위기와 전설의 불꽃 슈하리의 완성을 그려냈다.
  • 50여 명이 참여한 수작업 채색 및 바늘 펀칭 공정으로 아날로그 질감을 스크린에 구현했다.

애니메이션 영화 ‘파리스 그린이 밝는 날에’는 개발과 산업화로 인해 사라져 가는 옛 풍경과 전통 기술에 대한 애틋한 기억을 화가의 섬세한 시선으로 포착해낸 시노미야 요시토시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330년 전통을 지켜온 불꽃놀이 화약 공장이 철거 위기에 놓이자 공장 후계자인 청년이 마지막 불꽃을 쏘아 올리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다루며 2026년 10월 14일 국내 극장가에 정식 개봉했다.

파리스 그린이 밝는 날에
‘파리스 그린이 밝는 날에’는 일본화의 안료 감각과 수작업 질감을 결합해 독창적인 영상미를 구현했다 (사진 - ㈜미디어캐슬)

사라진 풍경에 대한 기억에서 출발한 첫 장편 데뷔작

시노미야 요시토시 감독이 연출한 ‘파리스 그린이 밝는 날에’는 산업화와 개발로 본래 모습을 잃어버린 장소들에 대한 개인적인 상실감에서 출발한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시노미야 감독은 약 10년 전 자신의 작업실 앞 벌판이 대규모 태양광 패널로 뒤덮인 현장을 목격했다. 당시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아이가 태양광 패널을 보고 바다냐고 물었던 순박한 질문은 과거 매립 사업으로 사라진 감독 자신의 고향 바다를 떠올리게 했고, ‘우리가 잃어버린 풍경’이라는 핵심 창작 동기로 이어졌다.

작품은 재개발 사업으로 강제 철거를 앞둔 330년 전통의 불꽃놀이 화약 공장을 주요 무대로 삼는다. 공장의 후계자인 주인공 케이타로는 해체 직전인 공간에서 과거 전설적인 불꽃으로 전해지는 ‘슈하리’를 완성하기 위해 홀로 작업을 이어간다. 사라짐을 앞둔 대상에 깃든 가치를 추적한 이 데뷔작은 제76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일본화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독창적 작화 스타일

화가 출신인 시노미야 요시토시 감독은 전통 회화인 일본화의 고유한 감각과 현대 애니메이션의 동적인 연출을 결합해 차별화된 영상미를 화면에 구현해냈다. 시노미야 감독은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일본화와 애니메이션이라는 두 장르가 서로 이율배반적이라는 생각에 오랜 시간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번 영화는 두 매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발표하고 싶었다는 창작자의 오랜 고심이 고스란히 담긴 결과물이다.

영화 속 배경은 단순한 가상 공간에 머물지 않고 공장을 감싸는 여름철 묵직한 공기와 스쳐 지나가는 바람,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햇빛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정밀하게 담아냈다. 맑고 유려하게 펼쳐지는 수채화풍 풍경은 역설적으로 공방과 주변 풍경이 곧 철거되어 소멸할 것이라는 사실을 더욱 선명하고 안타깝게 부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50명 참여 워크숍과 수작업으로 되살린 전설의 불꽃

영화의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전설의 불꽃 ‘슈하리’ 장면은 쉰 명가량의 인원이 직접 참여한 대규모 수작업 워크숍 방식을 거쳐 스크린에 완성되었다. 극 중 슈하리를 재현하는 데 필수적인 재료는 독성 문제로 현대에는 전면 사용이 금지된 초록빛 안료 ‘파리스 그린’이다. 역사적 사료나 구체적인 제조 기록조차 남아 있지 않은 환상의 불꽃을 시각화하기 위해 제작진은 컴퓨터 그래픽 대신 아날로그 공정을 선택했다.

시노미야 감독은 약 50명의 워크숍 참여자와 함께 불꽃놀이 기초 원화를 손으로 직접 채색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여기에 불꽃이 밤하늘을 가르며 퍼져나가는 궤적을 종이 위에 바늘로 일일이 찔러 구멍을 뚫는 펀칭 기법을 더했다. 손끝으로 완성한 원화와 바늘구멍의 빛 효과를 최종적으로 디지털 환경에서 합성해 기존 디지털 작업물에서 보기 드문 독특한 입체감과 질감을 살려냈다.

디지털화 속 잊히는 기술과 손 작업의 가치

시노미야 요시토시 감독은 컴퓨터 작업이 보편화된 제작 환경 속에서도 사람의 손길이 직접 닿은 흔적이 애니메이션에 대체 불가능한 생명력을 불어넣는다고 설명했다. 시노미야 감독은 사라져 가는 대상일수록 그 존재가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는 생각으로 시간과 공력이 배로 드는 수작업 방식을 고수했다.

제작 공정이 급격히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과거 장인들이 축적해온 무수한 기법과 손재주 역시 점차 잊히고 있다. 시노미야 감독은 이처럼 소멸해가는 기술들이야말로 본래 애니메이션 예술이 품고 있던 풍요로움이었음을 짚어내며, 영화 ‘파리스 그린이 밝는 날에’를 통해 인간의 손길이 남긴 자취의 깊이를 드러냈다.

자주 묻는 질문

영화 ‘파리스 그린이 밝는 날에’의 주요 줄거리는 무엇인가요?

재개발 사업으로 강제 철거 위기에 처한 330년 전통의 화약 공장에서 후계자인 케이타로가 전설의 불꽃 ‘슈하리’를 재현하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다룹니다.

전설의 불꽃 장면은 어떤 방식으로 제작되었나요?

약 50명의 인원이 참여한 워크숍에서 종이에 수작업 채색을 진행하고 바늘로 구멍을 뚫는 펀칭 작업을 거친 뒤 이를 디지털로 합성해 완성했습니다.

시노미야 요시토시 감독이 수작업 방식을 고집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디지털화로 잊혀가는 기술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사람이 직접 작업한 아날로그적 흔적이 애니메이션에 고유한 생명력을 불어넣는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 2024–2026 인트라매거진. 본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