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을 배우려는 노인은 늘고 있지만, 정작 AI는 ‘노인’을 충분히 학습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사회에 누적된 노인 소외 관행이 AI 학습 과정에서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AI 학습 데이터는 대부분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수집된다. 윤상오 단국대 공공정책학과 교수팀은 ‘인공지능의 연령차별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AI 기술 개발자 다수는 고학력의 젊은 백인 또는 인도인·중국인 등 아시아계 남성”이라며 “그 결과 빅테크 산업 전반에 청년·남성 중심 문화가 자리 잡게 된다”고 분석했다.
노인 데이터의 절대적 부족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년제도 등 연령을 기준으로 사회활동을 제한하는 구조 속에서 데이터 생산과 축적 과정에 연령 편향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첨단기술에 대한 이해도와 활용 능력이 낮아지는 점도 노인의 언어 습관과 활동이 AI 학습에 반영되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운영하는 ‘AI 허브’에 공개된 인물 관련 데이터세트 15종을 분석한 결과, 20~49세 청년층 비중은 60.6%에 달한 반면 60대 이상은 17.6%에 그쳤다. ‘한국인 얼굴 3D 스캐닝 데이터’의 경우 20~49세 자료가 92.44%를 차지했지만 60대 이상 데이터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 같은 노인 배제는 AI의 연령 차별을 고착화할 위험이 있다. 젊은층의 얼굴·음성·동작 데이터를 중심으로 학습한 AI가 노인의 발화와 요구를 왜곡해 해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AI 데이터 및 솔루션 전문기업 플리토 관계자는 “노인 특화 AI는 긴 설명보다 핵심만 전달하는 음성 기반 응답이 필수적”이라며 “70세 이상 노인의 음성 데이터를 별도로 수집해 미세조정을 거치면 노인 발화 패턴에 최적화된 음성 인식 엔진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나 약물처럼 민감한 질문에는 불확실할 경우 반드시 ‘모른다’고 답하도록 설계하고, 신뢰도 높은 정보를 기반으로 응답하는 검색증강생성(RAG) 구조 등 안전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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