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는 사람의 호흡기에 감염되어 감기와 비슷한 상기도 감염부터 세기관지염·폐렴 같은 하기도 감염까지 일으킬 수 있는 바이러스다. 영어 명칭은 Respiratory Syncytial Virus이며 RSV라는 약칭을 사용한다.
RSV 감염은 모든 연령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특히 영유아에서 중요한 호흡기 감염 원인이다. 고령자, 면역저하자, 미숙아, 만성 폐질환이나 선천성 심장질환이 있는 소아에서는 중증으로 진행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바이러스의 특징
RSV는 뉴모비리데과에 속하는 사람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다. 바이러스가 호흡기 상피세포에 감염되면 염증과 점액 분비가 증가하고 작은 기도가 좁아질 수 있다.
세포에 감염된 바이러스가 주변 세포와 융합하면서 여러 세포가 합쳐진 형태의 합포체를 만들 수 있다는 특징 때문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RSV에 한 번 감염됐다고 해서 평생 면역이 생기는 것은 아니므로 이후에도 반복해서 감염될 수 있다.
전파 경로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는 감염자의 호흡기 분비물과 직접 접촉하거나 기침·재채기에서 나오는 비말을 통해 전파될 수 있다.
바이러스가 묻은 장난감, 문손잡이, 식기 등 물건을 만진 뒤 씻지 않은 손으로 눈·코·입을 만지면서 감염되기도 한다.
어린이집이나 산후조리원처럼 영유아가 함께 생활하는 장소에서는 가까운 접촉이 많아 감염이 확산될 수 있으므로 손 씻기와 환경 관리가 중요하다.
잠복기와 전염
RSV 감염의 잠복기는 일반적으로 2~8일이며 평균적으로 약 4~6일이다.
바이러스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배출될 수 있으며 증상이 시작된 이후에도 일정 기간 다른 사람에게 전파될 수 있다.
영유아나 면역저하자는 바이러스를 비교적 장기간 배출할 수 있으므로 집단생활시설에서는 감염관리 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주요 증상
RSV 감염 초기에는 콧물, 코막힘, 재채기, 기침, 인후통, 가래, 발열 등 일반적인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성인이나 건강한 큰 어린이에서는 대부분 상기도 감염 정도로 비교적 가볍게 지나갈 수 있다.
그러나 영유아에서는 기침이 심해지고 호흡이 빨라지거나 쌕쌕거리는 천명, 호흡곤란, 수유량 감소 등이 나타나면서 세기관지염이나 폐렴으로 진행할 수 있다.
영아에서의 증상
아주 어린 영아에서는 일반적인 감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을 수 있다. 잘 먹지 않거나 평소보다 처지고 보채는 증상만 나타날 수도 있다.
호흡이 지나치게 빨라지거나 갈비뼈 사이가 들어가면서 숨을 쉬고, 콧구멍을 벌렁거리거나 쌕쌕거리는 소리가 들릴 수 있다.
특히 미숙아나 어린 영아에서는 일시적으로 호흡이 멈추는 무호흡이 나타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중증 위험이 높은 경우
RSV는 대부분 자연적으로 회복되지만 일부 사람에서는 중증 하기도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생후 어린 영아와 미숙아, 기관지폐이형성증 등의 만성 폐질환이 있는 소아, 선천성 심장질환이 있는 소아, 면역기능이 저하된 사람은 중증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고령자와 만성 심장·폐질환자, 장기이식이나 골수이식 등으로 면역력이 저하된 성인에서도 폐렴이나 호흡부전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세기관지염과 폐렴
RSV는 영유아 세기관지염의 대표적인 원인 바이러스다. 세기관지는 폐 안에 있는 작은 기도로, 염증과 부종·분비물이 생기면 공기가 지나가기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숨을 빠르게 쉬거나 쌕쌕거리고, 가슴이 들어가는 호흡곤란이 나타날 수 있다.
감염이 폐조직까지 진행하면 폐렴을 일으킬 수 있으며 산소포화도가 낮아지거나 수유가 어려워지면 입원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진단
RSV 감염은 환자의 증상과 유행 상황을 고려해 의심할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호흡기 검체를 이용한 검사를 시행한다.
비인두도말이나 비강흡인물 등의 검체에서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확인하는 분자진단검사가 사용될 수 있다.
증상이 심한 영유아에서는 산소포화도와 호흡상태를 확인하고 필요에 따라 흉부 영상검사 등을 시행해 폐렴이나 다른 합병증 여부를 평가한다.
치료
대부분의 RSV 감염은 특별한 항바이러스 치료 없이 충분한 휴식과 수분공급 등 보존적 치료로 회복한다.
영유아가 코막힘 때문에 수유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기도 분비물을 제거하고 수분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발열이나 통증은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해열진통제로 관리할 수 있다.
호흡곤란이나 저산소증이 심하면 입원해 산소치료와 수액 등의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특정 면역저하 환자에서는 의료진 판단에 따라 리바비린을 고려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RSV 감염에서 일률적으로 사용하는 치료는 아니다.
예방항체
RSV 중증 위험이 높은 영유아의 예방에는 바이러스에 대한 단클론항체를 사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팔리비주맙과 니르세비맙이 RSV로 인한 하기도질환 예방에 사용될 수 있다. 이러한 약제는 감염 후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항바이러스제가 아니라 미리 항체를 투여해 감염 또는 중증화 위험을 낮추는 수동면역 방식이다.
투여 대상과 시기, 건강보험 적용 여부 등은 약제별 허가사항과 위험요인에 따라 다르므로 의료진의 판단이 필요하다.
RSV 백신
RSV를 예방하기 위한 백신도 국내에서 허가되어 있다. 백신별로 접종 가능한 연령과 대상이 다르며 고령자 또는 RSV 하기도질환 위험이 높은 성인 등을 대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
2026년에는 임신 중 접종을 통해 출생 후 일정 기간 영아를 RSV 하기도질환으로부터 보호하는 목적으로 허가된 RSV 백신도 국내에 있다.
예방항체와 백신은 작용방식과 대상자가 서로 다르므로 개인의 연령·건강상태·임신 여부 등에 따라 적절한 예방방법을 의료진과 확인해야 한다.
생활 속 예방
RSV 예방을 위해서는 흐르는 물에 비누로 손을 자주 씻고 씻지 않은 손으로 눈·코·입을 만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는 휴지나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고,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과 어린 영아의 밀접한 접촉을 줄이는 것이 좋다.
영유아가 자주 만지는 장난감과 물건을 청결하게 관리하고 호흡기 증상이 있을 때는 집에서 쉬며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줄이는 것도 전파 예방에 도움이 된다.
신속한 진료가 필요한 경우
영유아가 숨을 매우 빠르게 쉬거나 가슴이 심하게 들어가면서 숨을 쉬고, 입술이나 피부가 파랗게 보이는 경우에는 신속한 평가가 필요하다.
수유량이 현저히 감소하고 소변량이 줄거나 심하게 처지는 경우에도 탈수나 중증 감염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특히 어린 영아에서 무호흡이 나타나거나 호흡이 힘들어 보이는 경우에는 지체하지 말고 응급의료기관에서 평가받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