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하는 게 오히려 손해”라는 말이 이제는 옛말이 될 전망이다. 은퇴 후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국민연금을 깎던 ‘재직자 감액 제도’가 손질되면서, 고령층의 근로 의욕을 꺾던 불합리한 규제가 완화된다. 이르면 올해 6월부터는 월 소득이 500만 원을 넘더라도 연금을 전액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15일 정부의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 따르면, 정부는 일하는 노인의 소득을 보호하기 위해 국민연금 재직자 감액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고령화로 노년층의 경제활동 참여가 필수가 된 현실을 반영해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이다.
현행 제도는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이 일정 소득 이상을 벌면 연금 수령액을 최장 5년간 최대 절반까지 감액하도록 하고 있다. 기준은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최근 3년 평균 소득 월액인 ‘A값’으로, 2025년 기준 약 309만 원이다. 지금까지는 은퇴 후 재취업 등을 통해 월 309만 원만 벌어도 연금이 깎였다.
이로 인한 불만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24년 한 해에만 약 13만7000명의 수급자가 근로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총 2429억 원의 연금을 받지 못했다. 성실하게 일한 대가가 연금 삭감으로 돌아온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한국의 재직자 감액 제도가 노인의 노동 의욕을 저해한다며 개선을 권고해 왔다.
정부는 우선 올해 6월부터 감액 구간 5개 중 하위 2개 구간을 폐지한다. 이에 따라 A값에 200만 원을 더한 월 소득 약 509만 원 미만까지는 연금 감액이 적용되지 않는다. 기존에 월 소득 309만~509만 원 구간에 속해 매달 최대 15만 원의 연금이 깎이던 수급자들은 앞으로 연금을 전액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번 제도 개선은 단순한 연금 보전을 넘어 초고령사회에서 고령층의 경제 활동을 장려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생산가능인구 감소 속에서 숙련된 노년 인력이 노동시장에 머물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재정 부담은 과제로 남는다. 1·2구간 감액 폐지에만 향후 5년간 약 5356억 원의 추가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재정 여건과 공무원연금 등 다른 직역연금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남은 고소득 구간에 대한 폐지 여부도 단계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일을 하면 연금이 깎인다는 불만이 많았던 만큼, 제도 개선을 통해 어르신들이 소득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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