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산’ 고등어· ‘아일랜드산’ 소고기까지…마트 진열대가 달라진 이유

칠레산 고등어와 아일랜드산 소고기가 마트에 깔리는 이유
환율 상승과 기후 변화로 식품 물가가 오르자 유통업계가 수입선 다변화에 나섰다. 칠레산 고등어와 아일랜드산 소고기가 등장한 배경을 짚는다. (사진 출처- 이마트)

최근 장바구니 물가가 빠르게 오르면서 유통업계가 식품 수급 불안을 줄이기 위한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후 변화로 전 세계 농·축·수산물 생산량이 줄어든 데다, 국내산을 대체해오던 수입산 가격마저 환율 상승, 즉 원화 가치 하락의 영향을 받아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는 기존에 흔히 보지 못했던 산지의 먹거리가 등장하며 ‘수입선 다변화’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해외 산지 확대를 통해 가격 부담을 낮춘 먹거리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장기화되면서 수입산 고등어와 소고기 가격이 동반 상승하자, 기존 산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과 품질을 모두 갖춘 새로운 산지를 적극 발굴하고 있다. 소비자 체감 물가를 낮추기 위해 유통 단계에서부터 구조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셈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등어다. 이마트는 칠레에서 생산된 ‘태평양 참고등어’를 들여와 오는 19일부터 31일까지 판매한다. 상품명은 ‘칠레산 태평양 간고등어’로, 한 손에 6000원 미만 가격에 책정됐다. 이는 국산 간고등어보다 약 25% 저렴하고, 기존에 많이 소비되던 노르웨이산 고등어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칠레산’ 고등어가 마트 진열대에 오르게 된 배경에는 글로벌 수산물 수급 구조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노르웨이에서는 대서양 고등어 어획량이 제한되면서 노르웨이산 고등어 가격이 급등했다. 이에 따라 이마트는 내년부터 칠레산 태평양 참고등어로 기존 노르웨이산 고등어 물량의 절반가량을 대체할 계획이다. 단기적인 가격 대응을 넘어 중장기적인 수입 구조 재편에 나선 것이다.

축산물도 예외는 아니다. 이마트는 ‘아일랜드산 소고기’를 새롭게 선보이며 수입선 다변화 전략을 확대했다. 출시를 기념해 오는 25일까지 ‘아일랜드산 자유방목 LA갈비·찜갈비’(각 1.5㎏)를 신세계 포인트 적립 시 1만원 할인해 판매한다. 기존 수입 소고기 가격이 환율과 국제 시세 상승으로 부담이 커지자, 비교적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아일랜드를 새로운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다.

일부 품목은 가격 급등과 물량 부족으로 인해 아예 ‘대체 상품’ 형태로 출시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국민 생선으로 불리는 고등어는 대표적인 사례다. 고등어 수급이 불안해지면서 가격이 오르자 유통업계는 다른 어종으로 소비자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GS샵은 고등어를 볼락으로 대체한 상품을 선보였고, 롯데마트는 고등어 비축 물량을 확대해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동시에 구이·조림 등 활용도가 비슷한 삼치를 대체 품목으로 내세웠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급격한 식품 물가 상승이 있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식품 물가지수는 127.1(2020년=100)로, 5년 전보다 27.1%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17.2%)과 생활물가지수 상승률(20.4%)을 모두 웃도는 수치다. 식탁에 오르는 기본 먹거리 가격이 다른 품목보다 더 가파르게 올랐다는 의미다.

여기에 최근 환율이 추가로 상승하면서 수입 먹거리 가격 오름세도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생선과 육류는 물론 과일, 커피 등 다양한 품목에서 가격 인상이 이어지자 유통업계는 수입선 다변화와 대체 상품 출시라는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이벤트성 판매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생존 전략에 가깝다.

결국 ‘칠레산’ 고등어와 ‘아일랜드산’ 소고기가 마트에 깔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환율, 기후 변화 속에서 안정적인 수급과 합리적인 가격을 동시에 잡기 위한 유통업계의 선택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낯선 산지의 상품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는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를 완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통업계의 수입선 다변화 전략이 앞으로 식탁 물가 안정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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