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 고시’ 금지 후폭풍…월 260만원 영유아 학원, 만 1세까지 모집 논란

유치원
(사진출처-freepik)

정부가 조기 사교육 과열을 막겠다며 ‘4세 고시’로 불리던 영어유치원 입학 레벨테스트를 사실상 금지했지만, 현실에서는 사교육 열풍이 더 일찍 시작되는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일부 학원들이 법망을 피하기 위해 입학 전형을 바꾸면서 만 1세 아동까지 기저귀를 찬 채 고액 학원에 다니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4세 고시’란 만 4세 전후 아동이 영어유치원에 입학하기 위해 치르던 레벨테스트를 일컫는 말이다.

이는 수년간 강남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조기 사교육 경쟁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다.

학부모들은 아이를 상위권 영어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전문 프렙 학원에 등록시켜 시험 대비를 시키기도 했다.

또한 일부 유치원에서는 영재검사 결과지 제출까지 요구하면서 과열 양상이 심각했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레벨테스트를 폐지하고 상담이나 추첨으로 전형을 바꾸라는 행정지도를 내리며 불을 끄려 했다.

그러나 최근 강남권 대형 영어유치원들을 중심으로 외부 학생을 뽑는 정식 전형을 아예 없애고, 같은 브랜드 산하에서 운영하는 ‘영유 준비반’ 재원생만 입학 자격을 주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준비반은 만 1세부터 3세까지의 아동을 대상으로 운영되며, 단순한 놀이 차원을 넘어 알파벳 쓰기, 영어 단어 학습, 문장 쓰기 등 사실상 조기 학습을 진행한다.

수업료는 월 최대 265만 원에 달하며, 여기에 교재비와 각종 부대비용이 추가돼 학부모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학부모들은 “시험을 없애니 입학 문이 더 좁아졌다”며 “마치 정시는 사라지고 특정 출신만 들어가는 수시만 남은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정부 정책이 오히려 조기 사교육을 더 부추겼다고 비판한다.

레벨테스트를 없애자 학원들은 입학을 준비반 출신으로 한정했고, 이로 인해 사교육 시작 연령이 더 빨라지는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학원에서는 만 18개월 아동까지 등록을 받으면서, 학부모들은 “이제는 돌 지난 아이도 학원 경쟁에 뛰어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정책 취지대로 경쟁을 줄이려 했다면, 전형만 제한할 것이 아니라 아예 사교육 시작 시점 자체를 법으로 규제했어야 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국회에는 만 36개월 미만 영유아를 대상으로 영어 사교육을 금지하고, 만 36개월 이상이라도 하루 40분 이내로 수업을 제한하는 학원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정부도 이 논의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학부모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일부 학부모들은 “아이의 교육권과 학습권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며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또 조기 영어 교육이 글로벌 환경에서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며, 법안이 통과될 경우 오히려 사교육이 음성화되고 비용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학원가에서는 규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편법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학원은 ‘놀이반’이라는 이름으로 영어 수업을 진행하거나, ‘체험학습’ 명목으로 영어 교육을 제공해 법망을 피해가고 있다.

또한 준비반과 유치원을 사실상 연계 운영하면서 입학을 사실상 독점하는 구조를 고착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영어유치원 문제를 넘어 한국 사회의 조기 사교육 열풍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입학 전형을 금지하자 학원들은 오히려 더 이른 시기에 아동을 흡수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꿨고, 결국 학부모들의 사교육 부담은 더 앞당겨졌다.

정부 정책의 허점과 사교육 시장의 대응 방식이 맞물리면서 결과적으로 정책의 취지가 무력화된 셈이다.

앞으로 국회 논의와 교육 당국의 대책 마련 과정에서 학부모, 학원, 전문가들의 의견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들은 아이의 미래를 위해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호소했다.

또한 정부는 교육 불평등 해소와 과열 경쟁 방지를 위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사이에서 아이들이 너무 이른 나이에 경쟁의 늪에 빠져드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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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율 ([email protected]) 기사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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