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버드'로 불리는 수원월드컵경기장이 심각한 잔디 상태로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여름 폭염과 연이은 경기 일정으로 잔디가 사실상 회복 불능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30일 열린 팀 K리그와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프리시즌 친선 경기는 경기력보다 그라운드 컨디션이 더 큰 화제가 됐다.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이날 경기는 K리그 팬 투표와 코치진 추천을 통해 선발된 올스타급 선수들로 구성된 팀 K리그와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5위에 오른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맞붙는 프리시즌 이벤트 매치였다.
김진규의 선제 결승골로 팀 K리그가 1대 0 승리를 거두며 분위기는 고조됐지만, 잔디 상태는 축제에 찬물을 끼얹었다.
경기 직후 선수들은 불만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조현우는 “잔디가 확실히 불안했다. 더 나은 상태였다면 경기력도 훨씬 좋아졌을 것”이라고 했고, 이창민은 “제주 홈구장과 비교해 확실히 피치 컨디션이 떨어졌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중계 화면을 통해서도 패스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거나, 선수들의 디딤발이 불안정한 장면이 반복적으로 포착됐다.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27일 열린 K리그2 수원 삼성과 서울 이랜드의 경기에서도 파인 잔디 틈으로 인해 선수들이 기본적인 플레이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 노출됐다. 경기력 저하는 물론, 부상 위험까지 동반하는 상황이다.
피치 훼손의 배경으로는 기록적인 폭염과 과도한 경기 유치가 동시에 꼽힌다.
올해 3월 FIFA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을 시작으로, 7월 동아시안컵 여자부 전 경기, 그리고 30일 팀 K리그 경기까지 집중적으로 열리면서 잔디는 제대로 회복할 틈이 없었다.
특히 동아시안컵에서는 9일과 16일 각각 하루에 2경기씩 총 4경기가 열렸다. 이 같은 집중 일정은 잔디 피로도를 더욱 악화시켰다.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으로서도 억울함이 없지 않다.
재단은 지난해 8월부터 4개월에 걸쳐 약 11억 원의 예산을 들여 잔디를 전면 교체하고 지반까지 개보수했다.
이로 인해 수원 삼성은 용인미르스타디움으로 일시 이전해 경기를 치렀다. 그러나 정작 2025시즌 개막 후 불과 넉 달 만에 잔디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인재와 천재가 겹친 결과라고 분석한다.
무더위로 생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 지나치게 잦은 경기 유치로 잔디 회복에 필요한 최소한의 여유조차 확보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 원인이라는 것이다.
축구계 안팎에선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이 대한축구협회 및 K리그 연맹과 경기 유치에 앞서 적극적으로 피치 컨디션을 고려한 판단과 협의를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단기적인 흥행보다 장기적인 경기 품질과 선수 보호가 우선되어야 한다.
이제는 경기 개최에 있어 피치 상태를 최우선 조건으로 삼는 기준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잔디 문제는 단순한 시설 관리 차원을 넘어 K리그 전체의 위상과 선수들의 안전, 팬들의 만족도까지 직결된 사안이다.
'축구의 성지'를 표방하는 수원월드컵경기장이 진정한 자존심을 회복하려면, 지금이라도 근본적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
김용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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