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도 못 들어간 배터리 화재 현장, KAIST '바인 로봇'이 정찰 성공

2차 폭발 위험으로 2주간 진입 불가했던 현장, 덩굴처럼 자라나는 소프트 로봇이 소방관의 눈이 되어 내부 정찰에 성공했다. 재난 대응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기사 핵심 요약

KAIST가 개발한 '바인 로봇'이 2차 폭발 위험으로 소방관의 접근이 불가능했던 배터리 공장 화재 현장 정찰에 성공했다. 공압 팽창식 구동 방식으로 21만여 개 미반응 배터리가 남은 바닥에 물리적 자극을 주지 않고 안전하게 이동하며 내부 상황을 파악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KAIST '바인 로봇'이 2차 폭발 위험이 도사린 배터리 화재 현장 정찰에 성공했다.

  • KAIST '바인 로봇', 2차 폭발 위험으로 접근이 막힌 배터리 공장 화재 현장 정찰 성공.
  • 공압 팽창식 구동으로 지면 하중을 최소화해 21만 개 배터리를 자극하지 않고 이동.
  • 확보된 데이터는 향후 재난 로봇 고도화 및 안전 정찰 매뉴얼 개발에 활용될 예정.

2차 폭발 위험 현장, 소방관 대신 '바인 로봇' 투입

KAIST가 개발한 '바인 로봇(Vine Robot)'이 2차 폭발 위험으로 접근이 불가능했던 배터리 공장 화재 현장 정찰에 투입돼 임무를 완수했다. 소방청 국립소방연구원은 지난 8월 충남의 한 1차전지 제조공장 완제품 창고 화재 현장에서 바인 로봇으로 내부 안전 상태를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KAIST 바인 로봇이 2차 폭발 위험이 있는 배터리 화재 창고 내부를 정찰하는 모습
21만여 개의 미반응 배터리로 가득 찬 화재 현장을 바인 로봇이 안전하게 탐사하고 있다 (사진 - AI 생성)

이 공장 창고는 초기 진화는 마쳤지만, 21만 개가 넘는 군용 1차전지 팩이 타지 않은 채 고열에 노출돼 있었다. 언제든 2차 열폭주와 연쇄 폭발이 일어날 수 있는 위험 탓에 소방대원의 내부 진입은 약 2주간 전면 차단됐다.

덩굴처럼 자라나는 재난 로봇 '바인 로봇'

기존 재난 로봇으로는 진입이 어렵다고 판단한 국립소방연구원은 KAIST 유지환 교수 연구팀과 협력해 바인 로봇을 투입했다. 바인 로봇은 압축 공기를 주입하면 식물 덩굴처럼 몸체가 유연하게 길어지는 소프트 로봇이다. 이 독특한 구동 방식 덕분에 기존 로봇이 갖지 못한 장점을 발휘한다.

공압 팽창식 구동으로 지면 하중 최소화

바인 로봇의 가장 큰 특징은 공압 팽창식 구동으로 지면에 가하는 하중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로봇 본체가 스스로 길어지며 나아가기 때문에 바닥에 널린 미반응 배터리에 물리적 자극을 주지 않고 좁은 공간을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다. 로봇 무게로 바닥의 배터리를 눌러 2차 폭발을 유발할 위험을 원천 차단하는 셈이다.

공압으로 팽창하는 바인 로봇의 유연한 몸체 클로즈업
공기압으로 부풀어 오르는 유연한 몸체는 바닥의 장애물에 가하는 압력을 최소화한다 (사진 - AI 생성)

기존 재난 로봇 대신 바인 로봇을 선택한 이유

무한궤도(캐터필러)나 4족 보행 방식의 일반적인 재난 로봇은 자체 하중이 상당하다. 국립소방연구원은 이런 로봇을 투입하면 바닥에 깔린 배터리에 압력을 가해 2차 열폭주를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바인 로봇은 초경량 설계와 팽창식 이동 방식 덕분에 이런 위험 없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표: 바인 로봇과 기존 재난 로봇 비교
구분 바인 로봇 (Vine Robot) 기존 재난 로봇 (무한궤도·4족 보행)
구동 방식 공압 팽창식 (덩굴처럼 성장) 모터 구동 (바퀴, 다리)
지면 하중 최소화 (물리적 자극 거의 없음) 상대적으로 높음 (자체 하중)
2차 폭발 위험 낮음 높음 (미반응 배터리 압박 가능성)
자료: 소방청 국립소방연구원 (2026)

원격 조종으로 대원 안전 확보, 정찰 임무 완수

정찰 임무는 건물 외부에 설치된 방호벽 뒤 안전구역(Safety Zone)에서 원격 조종으로 이뤄졌다. 조종 대원은 특수 보호장구를 착용한 채 로봇이 보내오는 실시간 영상을 보며 창고 내부를 정찰하고, 로봇을 정밀하게 제어해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처럼 KAIST의 로봇 기술이 대원의 안전을 확보하는 대안으로 활용됐다.

소방대원과 연구원들이 안전지대에서 바인 로봇을 원격으로 조종하는 모습
연구팀은 건물 외부 안전구역에서 원격 조종을 통해 대원의 안전을 확보하며 정찰 임무를 수행했다 (사진 - AI 생성)

실증 데이터 확보, 재난 대응 매뉴얼 개발로

이번 현장에서 확보한 실증 데이터는 향후 재난 대응 매뉴얼 개발에 쓰인다. 국립소방연구원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군부대나 산업단지의 대규모 1차전지 시설 화재에 대비한 '안전 정찰 기법 매뉴얼'을 수립할 계획이다. 이 데이터는 과학적 화재 감식을 위한 핵심 정보로도 활용된다.

나아가 이번 성공 사례는 국제 공동 연구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KAIST와 국립소방연구원은 확보한 데이터를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링컨 연구소(MIT Lincoln Laboratory)가 주도하는 국가 안보 연구 개발사업에 제안할 재난 로봇 개발 과제의 주요 실증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김연상 국립소방연구원장은 "실제 화재 현장의 요구 조건과 극복 과제를 로봇 개발에 직접 반영함으로써, 재난 현장에서 대원의 안전을 확보하고 임무 완수를 지원하는 현장 중심 로봇 기술 고도화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자주 묻는 질문

바인 로봇은 어떤 로봇인가요?

바인 로봇은 압축 공기를 주입하면 식물 덩굴처럼 몸체가 유연하게 자라나듯 전진하는 소프트 로봇입니다. 지면에 가하는 하중이 거의 없어 위험물 위를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왜 일반적인 재난 로봇을 투입하지 않았나요?

무한궤도나 4족 보행 로봇은 자체 무게 때문에 바닥에 널린 배터리를 눌러 2차 폭발을 유발할 위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인 로봇은 이러한 위험 없이 임무 수행이 가능했습니다.

이번 정찰 성공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소방대원의 안전을 확보하면서 위험한 재난 현장 정보를 얻을 수 있음을 실증한 사례입니다. 확보한 데이터는 향후 배터리 화재 대응 매뉴얼 개발과 과학적 화재 감식에 활용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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