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처음 오신 어머니, 선수 아들 맞죠?” 은퇴 방황 딛고 감격의 첫 프로볼링 우승

30년 만에 처음 오신 어머니께서 아들이 첫 프로볼링에서 우승했던것을 보았다
프로볼링 정재영이 데뷔 12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은퇴 방황을 딛고 부모 앞에서 들어 올린 감격의 정상이다. 긴 기다림 끝에 가족과 함께한 순간이었다 모두의 박수가 이어졌다 크게 울렸다 다시!(사진 출처- 한국프로볼링협회)

프로볼링 무대에서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첫 정상에 오른 한 선수의 이야기가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프로볼링 데뷔 12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한 정재영은 누구보다 길고 험한 시간을 지나 정상에 섰고, 그 순간을 부모와 함께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특히 볼링 입문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아들의 경기를 직접 관전한 어머니의 모습은 이번 우승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정재영은 18일 경기도 용인시 볼토피아에서 열린 올해 마지막 투어 ‘제15회 스톰컵 국제초청볼링대회’ 결승전에서 윤여진을 상대로 247대 215의 완승을 거두며 생애 첫 프로 우승을 확정했다. 2013년 프로에 데뷔한 이후 수차례 문턱에서 좌절했던 그는 부모가 지켜보는 자리에서 마침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번 우승은 기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정재영은 2022년 두 차례, 지난해와 올해까지 TV 파이널에 네 번이나 올랐지만 끝내 정상에는 닿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마지막 대회에서 오랜 기다림을 끝내며 스스로와의 싸움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때 볼링을 완전히 떠났던 시간을 생각하면 이번 정상 등극은 더욱 값진 결과였다.

정재영은 우승 뒤 “프로 와서 성적도 나지 않고 해서 그만 두려고 했다”면서 “우승하지 못할 거 같다는 생각에 2016년~18년까지 은퇴한 상황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대회도 많지 않았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웠는데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시고 부모님께서도 ‘그만하면 어떻겠느냐’고 하시더라”고 당시를 돌아봤다. 성적 부진과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 한동안 볼링과 거리를 두었던 시기였다.

하지만 볼링에 대한 애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정재영은 “몽골에 선교를 위해 갔는데 정말 시골이라 아무 것도 없더라”면서 “그럼에도 아이들이 너무 해맑고 행복하게 지내는 걸 보니 ‘내게 정말 행복한 게 뭘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볼링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생각에 복귀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삶의 방향을 다시 잡게 된 계기였다.

복귀 이후 그는 우승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정재영은 “지난해도 TV 파이널까지 가서 우승을 놓쳤는데 내게는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어 내려놨다”고 밝혔다. 오히려 부담을 덜어내자 경기 흐름도 달라졌다. 그는 “올해 초반 TV 파이널에 올라가 준우승까지 했는데 흐름이 좋았다가 이후 4번이나 예선에서 떨어졌다”면서 “이번에도 떨어질 뻔했는데 운이 많이 따랐다”고 웃었다.

이번 대회가 더욱 특별했던 이유는 가족의 존재였다. 그동안 한 번도 경기장을 찾지 않았던 어머니가 볼링 입문 31년 만에 처음으로 아들의 경기를 직접 지켜봤다. 정재영은 “그동안 예선전부터 오신다고 했는데 매번 떨어지니까 준결승에 올라가면 오시라고 했다”면서 “볼링 시작하면서 어머니가 처음 오셨다”고 말했다. 10살 때 아들을 볼링장으로 이끈 아버지도 함께였다.

결승전 내용 역시 극적이었다. 정재영은 2, 3프레임 연속 9커버로 끌려갔지만, 4프레임부터 연속 스트라이크를 성공시키며 흐름을 바꿨다. 6프레임 미스를 범한 윤여진을 상대로 역전에 성공했고, 9프레임까지 6배거를 앞세워 승기를 굳혔다. 이미 우승을 직감한 듯 눈시울을 붉힌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정재영은 “10살 때 아버지께서 볼링장으로 나를 데려갔는데 너무 좋아서 치기 시작했고, 메달을 따고 스카우트까지 됐다”면서 “부모님이 계신 현장에서 우승을 보여드려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로서 인정을 받았는데 볼링 선수 아들로 자랑스럽게 생각해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첫 우승을 이뤘지만 욕심은 크지 않다. 정재영은 “내 생애 없을 것 같던 1승 주어져서 만족할 시즌이었다”면서 “잘 치는 선수보다 볼링을 통해 좋은 영향력을 보이는 게 우선 순위”라고 말했다. 은퇴의 문턱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와 정상에 선 그의 이야기는, 결과보다 과정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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