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서아프리카를 여행한 뒤 귀국한 70대 남성이 말라리아 감염으로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해외여행 전 복용한 예방약이 해당 지역에서는 효과가 없는 종류였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여행지에 따른 올바른 예방약 선택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되고 있다.
10일 부산 온병원에 따르면 A씨(70대)는 지난 8월 스페인과 서아프리카 기니 등지를 여행한 뒤 귀국했다.
귀국 후 나흘 동안 고열과 기력 저하, 극심한 피로 증상에 시달리던 그는 집 근처 병원을 방문했지만 상태가 빠르게 악화돼 온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초기 검사에서 세균 감염을 의심할 수 있는 수치가 확인돼 의료진은 패혈증 치료를 시작했으나, 환자의 상태는 급격히 나빠졌고 입원 다음 날 결국 숨졌다.
이후 분자진단검사(PCR) 결과 치명적인 열대열 말라리아 감염이 확인됐다.
A씨는 출국 전 말라리아 예방을 위해 약을 복용했지만, 그가 선택한 약은 클로로퀸이었다.
클로로퀸은 과거 동남아시아와 아메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예방 효과가 있었지만, 서아프리카 대부분 지역에서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내성이 퍼져 있어 전혀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을 여행할 경우 클로로퀸은 권장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안내하고 있다.
결국 잘못된 약을 복용한 탓에 예방 효과를 얻지 못했고, 현지에서 감염된 말라리아가 귀국 후 빠르게 악화돼 사망에 이른 것이다.
말라리아는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감염병으로 꼽힌다. WHO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말라리아 감염자는 약 2억4900만 명에 달했다.
이 중 95% 이상이 아프리카 29개국에 집중돼 있으며, 나이지리아가 26.8%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고 콩고민주공화국(12.3%), 우간다(5.1%), 모잠비크(4.2%)가 뒤를 이었다.
전체 감염자의 93.6%가 아프리카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같은 해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자는 약 60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사망자의 76%가 5세 미만 아동으로, 열대열 말라리아의 치명성이 여실히 드러났다.
열대열 말라리아는 감염 후 증상이 빠르게 나타나며 중증으로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는 단순 발열과 피로, 두통 등의 증상으로 시작하지만, 몇 시간 안에 다발성 장기 부전이나 혼수상태로 진행될 수 있어 신속한 치료가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감염이 확인되면 지체 없이 항말라리아제를 투여해야 하며, 대응이 늦어질 경우 생명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한다.
현재 아프리카 지역을 여행할 경우 권장되는 예방약은 메플로퀸, 아토바쿠온-프로구아닐, 독시사이클린 등이다.
이는 지역 내 내성 현황을 반영해 WHO와 각국 보건 당국이 권장하는 약제로, 여행자는 출국 전 반드시 전문가 상담을 통해 자신이 방문할 국가와 일정에 맞는 적절한 약을 처방받아야 한다.
특히 복용을 출발 직전이 아니라 최소 한 달 전부터 시작해 몸에 적응할 시간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부산 온병원 감염내과 이진영 과장은 “해외여행을 계획할 때는 단순히 예방접종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여행지의 질병 현황에 맞는 예방약을 반드시 복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출국 최소 한 달 전에는 감염내과나 여행의학 클리닉을 방문해 최신 정보를 바탕으로 처방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이번 사건은 해외여행을 앞둔 이들에게 중요한 경각심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열대 아프리카와 같은 고위험 지역을 여행할 경우, 사전에 올바른 예방약을 복용하지 않는다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여행 전 철저한 준비와 정확한 정보 확인이 필수임을 다시 한번 일깨운 사례다.
이소율 ([email protected]) 기사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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