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험관 시술로 어렵게 얻은 쌍둥이를 친모가 살해한 사건이 다시 한번 사회적 비극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건의 본질은 단순히 한 가정의 불행으로 끝나지 않는다.
육아 스트레스, 산후우울증, 가정 내 갈등이 얽히며 결국 무고한 영아들의 목숨을 앗아간 만큼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구조적 문제들을 되짚게 만든다.
광주고법 제2형사부는 26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40대 여성 A씨의 항소심 변론 절차를 종결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18일 오전 전남 여수 자택에서 생후 7개월 된 쌍둥이 딸을 질식시켜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아이는 시험관 시술을 통해 어렵게 태어났지만, 임신 26주 만에 600g도 되지 않는 초미숙아로 세상에 나와 여러 차례 병원을 옮겨 다니며 집중 치료를 받아야 했다.
의료진은 이 과정에서 두 아이가 영구적인 장애를 얻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하며 가족에게 경고했는데, 이는 이미 불안정했던 A씨의 심리를 더욱 압박하는 계기가 됐다.
A씨의 진술에 따르면 범행은 극심한 육아 스트레스와 가정 내 갈등 속에서 비롯됐다.
남편은 아이 양육 과정에서 “남들도 다 하는데 왜 못하냐”며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고, 심지어 “아이들을 시설에 맡기겠다”는 말을 내뱉기도 했다.
이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A씨에게 견디기 힘든 상처로 다가왔다.
산후우울증이 겹치면서 몸과 마음은 점점 무너져 내렸고, 결국 그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고 말았다.
범행 후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으나 미수에 그쳤고, 곧바로 경찰에 자수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참작 동기 살인’을 인정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이는 일반적인 살인 사건과 달리 피고인의 특수한 심리적·환경적 상황을 고려한 결과였다.
그러나 검찰은 즉시 반발하며 항소했다.
검찰은 “모든 상황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아이들의 생명을 빼앗은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부모라고 해서 자녀의 목숨을 결정할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깊은 참회와 죄책감을 드러냈다.
최후 변론에서 그는 “눈을 뜨고 감을 때마다 아이들이 떠오른다. 이름을 부르는 것도 죄스럽다. 모든 것이 제 잘못”이라고 흐느꼈다.
남편 역시 재판정에서 눈물을 보이며 “모든 게 제 잘못이다. 아내는 항소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제가 권유해 여기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도 남편은 “아내에게 상처되는 말을 많이 했다. 우울증을 가볍게 여겼고, 단 한 번도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조금만 다정했더라면 이런 비극은 없었을 것”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 사건은 개인의 일탈이나 한순간의 충동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산후우울증은 출산 여성 10명 중 1명꼴로 겪는 흔한 질환임에도,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가정 내 문제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 육아 부담이 한쪽 부모에게만 전가되는 구조, 돌봄 체계의 부족 등이 사건의 배경에 자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산후우울증과 육아 스트레스는 충분히 관리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며 “사회적 인식 전환과 지원 시스템 확충이 절실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결국 이번 사건은 한 가정의 파국을 넘어, 초저출산 사회에서 여전히 미비한 육아·돌봄 정책과 정신건강 지원 체계의 허점을 드러낸다.
A씨의 선택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지만, 그의 고통을 방치한 사회적 책임 역시 간과할 수 없다.
항소심 선고는 다음 달 내려질 예정이며,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비극은 부모 개인의 죄책을 넘어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공동의 과제를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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