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와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가 폐에 잠복해 있던 유방암 세포를 재활성화해 암 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콜로라도대 의대 제임스 데그레고리 교수 연구진은 호흡기 바이러스가 폐 전이 단계의 휴면 암세포를 깨우고 증식시킬 수 있다는 직접적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31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생쥐 모델을 이용해 코로나19 및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시킨 결과, 폐에 잠복한 유방암 세포가 감염 후 며칠 만에 활동을 시작하고 2주 이내에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현상을 확인했다.
데그레고리 교수는 “휴면 암세포는 캠프파이어의 남은 재와 같고, 호흡기 바이러스는 그 불씨를 되살리는 강한 바람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실험에서 바이러스가 직접 암세포를 자극한 것은 아니었다.
연구진은 원인이 면역 반응 신호 물질인 인터루킨-6(IL-6)임을 밝혀냈다.
IL-6의 분비를 억제한 생쥐에서는 바이러스 감염 시에도 암세포가 거의 증식하지 않았으며, 이는 코로나19 환자의 염증 치료에 IL-6 억제제가 사용된 것과 같은 맥락을 보였다.
또 연구에서는 면역세포인 T세포가 오히려 암세포를 다른 면역 반응으로부터 보호한다는 점도 드러났다.
데그레고리 교수는 “암세포가 면역 체계를 왜곡해 자신을 보호한다는 것은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이 결과는 실제 인체 데이터에서도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연구팀이 50만 명의 유전체 데이터가 포함된 바이오뱅크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인 암 환자는 음성 환자보다 암 사망 위험이 거의 두 배 높았다.
미국 플래티론 헬스 연구진의 조사에서도 코로나19에 걸린 여성 유방암 환자는 폐 전이 가능성이 50% 이상 높았다.
존 알콘 피츠버그대 교수는 이번 논문과 함께 실린 논평에서 “휴면 암세포의 재활성화 메커니즘이 더 명확해진다면 IL-6 억제제 같은 기존 치료제를 활용할 수 있다”라 설명했다.
“바이러스 유행 시기에 치료받은 암 환자의 잠복 세포 상태를 검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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