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치매 치료제는 치매 환자의 인지기능과 행동·심리 증상을 조절하거나 특정 원인 질환의 진행을 늦추기 위해 사용하는 의약품을 말한다. 치매는 여러 원인 질환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모든 치매 환자에게 동일한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치매 치료에서 가장 많이 사용돼 온 약물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인지기능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아세틸콜린분해효소 억제제와 NMDA 수용체 길항제다.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과 메만틴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존 약물은 손상된 뇌 신경세포를 원래 상태로 회복시키거나 알츠하이머병 자체를 없애는 치료제는 아니다. 증상을 일정 기간 완화하거나 기능 저하 속도를 조절하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최근에는 알츠하이머병의 병리와 직접 관련된 아밀로이드 베타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 치료제가 개발됐다. 국내에서는 2024년 5월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레카네맙 성분의 레켐비주를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허가했다.
치매 치료제는 원인 질환과 진행 단계에 따라 다르게 사용한다
치매는 하나의 질환이 아니라 여러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임상 상태이므로 치료제 선택도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가장 흔한 원인인 알츠하이머병에서는 인지기능 증상 치료제가 주로 사용된다.
혈관성치매에서는 뇌혈관질환과 관련된 위험요인을 관리하는 치료가 함께 중요하다.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과 같은 질환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은 추가적인 뇌혈관 손상을 줄이는 데 필요한 요소다.
루이체치매나 파킨슨병 치매에서는 인지기능뿐 아니라 운동증상, 환각 등 동반 증상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약물에 대한 반응과 부작용 위험도 알츠하이머병과 다를 수 있다.
갑상선 기능 이상, 약물 부작용, 영양 문제처럼 교정 가능한 원인으로 인지기능이 저하된 경우에는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런 경우에는 일반적인 알츠하이머 치료제보다 원인 질환을 교정하는 치료가 더 중요할 수 있다.
따라서 ‘치매약’이라는 표현만으로 특정 약물을 선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먼저 치매의 원인과 인지기능 저하 정도를 평가한 뒤 치료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도네페질·리바스티그민·갈란타민은 아세틸콜린분해효소 억제제다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은 알츠하이머병에서 사용되는 대표적인 아세틸콜린분해효소 억제제다. 이 약물들은 뇌에서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이 분해되는 것을 억제해 인지기능과 관련된 신경전달을 보완한다.
도네페질은 치매 치료에서 널리 사용되는 성분 가운데 하나다. 환자의 질환 단계와 건강 상태에 따라 용량과 사용 방법을 결정한다.
리바스티그민은 먹는 제형과 피부에 부착하는 패치 형태가 사용될 수 있다. 패치형은 약물이 피부를 통해 일정하게 흡수되는 방식이다.
갈란타민 역시 아세틸콜린 신경전달과 관련된 약물로 알츠하이머병의 인지기능 증상 치료에 활용된다.
아세틸콜린분해효소 억제제에서는 오심, 구토, 설사 등 위장관계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개인의 상태와 다른 약물 사용 여부에 따라 부작용 위험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의료진의 처방과 관찰이 필요하다.
메만틴은 중등도에서 중증 알츠하이머병에 사용할 수 있다
메만틴은 NMDA 수용체 길항제로 분류되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다. 중앙치매센터 자료에서는 메만틴을 중등도에서 중증 알츠하이머병의 인지기능 치료에 사용하는 약물로 설명한다.
메만틴은 글루타메이트라는 신경전달물질의 과도한 작용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아세틸콜린분해효소 억제제와는 작용기전이 다르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메만틴을 단독으로 사용하거나 다른 치매 치료제와 함께 사용할 수 있다. 어떤 조합을 사용하는지는 질환 단계와 증상, 부작용 가능성을 고려해 결정한다.
메만틴 사용 중에는 어지럼증, 두통, 변비, 혼돈 등의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모든 환자에게 같은 이상반응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증상이 나타나면 처방한 의료진과 치료 방법을 조정해야 한다.
메만틴 역시 알츠하이머병을 완치하는 치료제는 아니다. 인지기능과 일상생활 기능의 증상을 관리하기 위한 치료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레켐비 레카네맙은 초기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늦추는 치료제다
레켐비주는 레카네맙을 주성분으로 하는 아밀로이드 베타 표적 항체 치료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4년 5월 24일 국내에서 레켐비주를 허가했다.
허가 대상은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인지장애 또는 경증 알츠하이머병 환자다. 중등도 이상으로 진행된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는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는 적절한 검사를 통해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 병리가 존재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기억력이 떨어졌다는 증상만으로 바로 투여할 수 있는 약물이 아니다.
레카네맙은 뇌에 축적된 아밀로이드 베타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 과정에서 검토한 임상시험에서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임상치매척도 점수 저하가 위약군보다 약 27%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수치는 환자의 인지기능이 27% 회복됐다는 의미가 아니다. 일정한 임상시험 기간 동안 질환의 기능 저하 속도가 위약군보다 느렸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레카네맙 치료에서는 ARIA와 MRI 모니터링이 중요하다
레카네맙과 같은 아밀로이드 표적 항체에서는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인 ARIA가 나타날 수 있다. ARIA는 MRI에서 확인되는 뇌부종이나 미세출혈 등의 변화를 의미한다.
ARIA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두통, 혼돈,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드물게 발작이나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이상반응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레켐비 사용 시 허가사항에 따른 MRI 등 정기적인 영상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안내한다.
항응고제 사용 여부와 뇌출혈 위험, 개인의 유전적 특성 등도 항아밀로이드 치료를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수 있다. 실제 투여 가능 여부는 전문적인 진료와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판단한다.
레카네맙은 일반적인 치매약보다 대상 환자 선정과 치료 중 모니터링 과정이 복잡하다. 초기 알츠하이머병이라는 임상 단계뿐 아니라 아밀로이드 병리 확인과 안전성 평가가 함께 필요하다.
도나네맙도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늦추는 항아밀로이드 치료제다
도나네맙은 레카네맙과 마찬가지로 아밀로이드 베타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 치료제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2024년 7월 2일 키순라라는 제품명으로 도나네맙을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승인했다.
미국의 허가 기준에서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인지장애 또는 경증 치매 단계에서 치료를 시작하도록 설정돼 있다. 임상시험 역시 아밀로이드 병리가 확인된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도나네맙은 정맥주사 방식으로 투여하며 아밀로이드 제거 정도에 따라 치료 기간을 조정하는 방식이 사용될 수 있다.
도나네맙 역시 ARIA가 주요 안전성 문제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뇌부종과 미세출혈을 포함한 ARIA가 나타날 수 있으며 드물게 심각하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해외에서 허가된 치료제의 허가 범위와 대한민국에서 실제 사용할 수 있는 허가 상태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국내 환자가 치료를 고려할 때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최신 허가사항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치매 행동·심리 증상 치료제는 인지기능 치료제와 목적이 다르다
치매 환자에게는 기억력 저하 외에도 우울, 불안, 초조, 공격성, 망상, 환각, 수면장애와 같은 행동·심리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를 치매 행동심리증상이라고 한다.
이러한 증상의 치료는 아세틸콜린분해효소 억제제나 메만틴과는 목적이 다르다. 증상의 원인과 위험성을 평가한 뒤 필요하면 항우울제나 다른 정신건강의학적 약물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항정신병약물은 고령 치매 환자에서 부작용 위험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모든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사용하는 약이 아니다. 심한 초조나 환각 등으로 환자 또는 주변 사람의 안전에 문제가 있는 경우처럼 치료 필요성을 개별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통증, 감염, 수면 부족, 환경 변화처럼 행동 증상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있는지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원인을 교정하는 것만으로 증상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치매 치료는 인지기능 치료제와 행동·심리 증상 치료를 구분하고, 약물 이외의 환경 조정이나 비약물적 관리도 함께 적용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치매 치료제를 복용해도 치매가 완전히 치료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사용되는 대부분의 치매 치료제는 모든 종류의 치매를 완전히 치료하는 약물이 아니다. 기존 인지기능 개선제는 증상을 완화하거나 기능 저하를 늦추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항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는 기존 약물과 달리 알츠하이머병의 병리 과정에 작용한다. 그러나 이미 손실된 기억과 일상생활 능력을 정상 상태로 되돌리는 치료제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알츠하이머병이 아닌 다른 원인의 치매에서는 항아밀로이드 치료제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같은 치매라는 진단명 안에서도 원인 질환을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치매 치료제의 효과와 부작용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약을 임의로 중단하거나 다른 환자의 약을 복용하면 안 되며, 처방 이후에도 인지기능과 일상생활 상태, 부작용 등을 지속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치매 치료의 핵심은 약 한 종류를 찾는 것이 아니라 원인 질환을 정확히 확인하고 질환 단계에 맞는 약물치료와 비약물치료, 생활관리와 돌봄을 함께 구성하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