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주중 3연전에서는 예상치 못한 진풍경이 펼쳐졌다.
경기 전날 밤부터 구장 밖에는 텐트를 치고 줄을 서는 이른바 ‘텐트족’이 등장한 것이다.
통상 텐트족은 포스트시즌 티켓이나 인기 매치 예매를 위해 나타나는 장면이지만, 이번 경우는 달랐다.
팬들이 노린 것은 경기 티켓이 아니라 KIA가 새롭게 출시한 ‘쿠로미’ 콜라보 유니폼이었다.
광주는 연일 35도에 육박하는 폭염으로 숨 막히는 더위가 이어졌지만, 팬들은 이 특별 유니폼을 손에 넣기 위해 밤을 지새웠다.
이미 올 시즌 KIA는 ‘티니핑’ 유니폼으로 대박을 터트린 경험이 있다.
당시 스토어 앞 대기줄은 구장 두 바퀴를 돌며 장사진을 이뤘고, 준비된 수량은 순식간에 완판됐다. 이번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현장 구매뿐 아니라 예약 판매까지 도입했지만, 한정 수량의 특수성은 팬들을 더욱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프로야구 유니폼은 홈, 원정, 그리고 일요일마다 착용하는 선데이 유니폼 정도에 불과했다.
일부 구단만이 시티 유니폼이나 특별 행사용 유니폼을 출시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시리즈마다 새 유니폼이 등장한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다양한 디자인이 쏟아지고 있으며, 팬들은 그때마다 열광적으로 반응한다.
유니폼 콜라보 열풍의 배경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팬 서비스다. KBO 리그는 지난해 사상 최초로 10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이 과정에서 젊은층, 특히 여성팬들의 유입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들은 단순히 경기를 즐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선수와 팀 굿즈를 통해 팬심을 표현한다.
유니폼은 마치 아이돌 팬덤 문화에서 응원봉 같은 매개체 역할을 하며 팬들의 충성도를 높인다.
둘째는 수익 구조다. 프로 구단은 티켓 판매에 한계가 있지만, 굿즈 판매는 끝이 없다. 특히 인기 캐릭터와의 협업은 단기간에 막대한 매출을 만들어낸다.
LG 트윈스가 선보인 ‘헬로키티’ 유니폼은 단 3일 판매로 구단이 스타급 선수 한 명 연봉에 맞먹는 수익을 거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KIA는 지난해 김도영 스페셜 유니폼으로만 1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업계의 판도를 바꿨다.
이 때문에 각 구단은 캐릭터와의 협업 경쟁에 뛰어들었다.
KIA는 ‘티니핑’과 ‘쿠로미’, 롯데 자이언츠는 ‘짱구’와 ‘피카츄’, 두산 베어스는 ‘망곰’, SSG 랜더스는 ‘포차코’, 키움 히어로즈는 ‘춘배’, 삼성 라이온즈는 ‘쫀냐미’, 한화 이글스는 ‘꿈돌이’, NC 다이노스는 ‘조구만’, KT 위즈는 ‘스누피’와 손을 잡았다.
각 캐릭터의 팬덤과 야구팬들이 겹치며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한 구단 마케팅 담당자는 “팬들이 좋아하고 구단도 수익을 내는 일석이조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티켓 판매는 경기 수와 좌석 수에 제한이 있지만, 굿즈는 무한 확장이 가능하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구단들은 경기 외적으로도 유니폼을 중심으로 한 상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으며, 이제 프로야구는 ‘유니폼의 시대’를 맞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용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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