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전세보증금 62억 원을 가로채고 미국으로 도피했던 부부가 검찰로 넘겨졌다.

대전경찰청은 지난달 말 사기 혐의로 A(45·남)씨와 B(49·여)씨 부부를 구속 송치했다고 13일 밝혔다.

A씨 부부는 2019년 4월부터 2023년 4월까지 대전에서 세입자 90명을 대상으로 전세보증금 을 반환할 수 있을 것처럼 속여 약 62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11채의 다가구주택을 매수한 뒤 깡통전세 사기를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깡통전세’란 건물 담보 대출과 세입자 보증금이 실제 건물 가치보다 커서 건물의 남은 가치가 텅 비어있는 상태를 말한다.

이 부부는 이러한 구조를 악용해 전세보증금을 가로챘으며, 2022년 고소장이 접수되기 전에 미국으로 도피했다.

경찰은 지난해 8월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으며, 이들은 9월 미국 시애틀 인근에서 검거됐다. 이후 약 2년간의 도피 생활 끝에 지난달 20일 국내로 송환됐다.

송환 과정에서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전세사기를 의도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 도피에 대해서도 ‘도망이 아니라 여러 사정으로 주거지를 옮겨 다닌 것뿐’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애틀랜타의 고급 주택에서 거주하며 아들을 고급 사립학교에 보내는 등 호화 생활을 한 사실이 알려져 피해자들의 분노를 키웠다.

한편, 피해 세입자 중 한 명인 C(50대)씨는 8천만 원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C씨는 사망 당일 다른 피해자들에게 “돈 받기는 틀렸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미국 연방 이민세관국(ICE)은 누리집에 이 부부의 추방 사실을 게재하고 추방 당시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국내 송환되면 바로 수사가 종결될 수 있도록 필요한 수사를 끝내놨던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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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연 (karung2@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