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는 줄고 월세는 늘었다…서울 ‘갱신 계약’서 전세→월세 5년 내 최대

전세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된 갱신 계약이 5년 내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세대출 규제와 전세 매물 감소가 맞물리며 서민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사진 출처: pexels제공)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가 빠르게 밀려나고 있다. 지난해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된 계약 갱신 건수가 최근 5년 가운데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전세대출 규제와 전세를 낀 갭투자 차단, 여기에 임대인의 월세 선호까지 겹치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구조적으로 고착되는 모습이다.

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갱신 건수는 9만8719건이었다. 이 가운데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된 계약은 5199건으로, 전체의 5.27%를 차지했다. 전세 갱신 계약 20건 중 1건이 월세로 바뀐 셈이다.

전세의 월세화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2021년 1465건에 불과했던 전세→월세 갱신 계약은 2022년 4101건으로 급증한 뒤 잠시 주춤했지만, 지난해 다시 5000건을 넘기며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규 계약뿐 아니라 기존 전세 계약마저 월세로 전환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배경에는 정부 규제가 있다.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가 사실상 차단됐고, 이 과정에서 전세 매물 자체가 급감했다. 여기에 전세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대출을 활용해 전세를 유지하던 수요가 반전세·월세로 이동하고 있다.

임대인의 선택도 달라졌다. 전세보증금 반환 부담이 줄어든 상황에서, 은행 이자보다 안정적인 월세 수익이 더 낫다는 판단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59㎡는 전세 보증금 9억8000만 원에서 보증금 9억 원에 월세 40만 원 조건으로 계약이 갱신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갭투자는 집주인이 전세를 쉽게 월세로 바꾸지 못하게 하는 안전판 역할을 해왔다”며 “보증금 반환 부담이 사라진 환경에서는 월세 전환 속도가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월세 부담은 이미 통계로 확인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서울 아파트 월세는 3.29% 상승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5년 이후 연간 상승률이 3%를 넘긴 것은 처음이다. 고정비 성격의 주거비가 가계 부담으로 직결되고 있다는 의미다.

올해도 전세의 월세화 흐름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세 매물이 빠르게 줄어드는 데다 입주 물량까지 급감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현재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2366개로, 1년 전보다 28.5% 감소했다.

입주 물량 감소도 부담 요인이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6412가구로 전년 대비 48% 줄어들 전망이다. 수도권 전체 입주 물량도 약 28%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전세난과 월세 전환 압박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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