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이 양분해 온 스마트폰 시장에서 이질적인 브랜드 하나가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플래그십 킬러’로 불리는 영국 스마트폰 브랜드 낫싱(Nothing)이다. 사양 경쟁보다는 디자인과 감성에 방점을 찍은 전략이 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며 예상 밖의 성장세를 만들고 있다.
16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낫싱의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약 3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와 애플의 출하량 증가율이 각각 5%, 10% 수준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수치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전체 성장률이 2%에 머문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 성과는 더욱 두드러진다.
출하량 기준으로 낫싱은 여전히 ‘톱 티어’와 거리가 있다. 업계는 낫싱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0.2~1%대로 추정한다. 파이낸셜타임즈가 “이제 막 출발선에 섰다”고 평가한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성장 속도와 브랜드 확장성 때문이다.
낫싱은 지난해 9월 기준 누적 출하량 510만 대를 기록했다. 성장의 진원지는 인도다. IDC에 따르면 낫싱 출하량의 약 80%가 아시아에서 발생했고, 이 가운데 70%가 인도 시장에서 판매됐다. 가격 대비 디자인 차별성이 뚜렷한 신흥 시장에서 빠르게 파고든 결과다. 같은 시기 낫싱의 기업가치는 13억 달러(약 1조9000억 원)로 평가됐다.
실적도 빠르게 쌓이고 있다. 낫싱은 2024년 연간 매출 5억 달러(약 7300억 원)를 기록했고, 설립 4년 만에 누적 매출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회사는 지난해 연간 매출 역시 10억 달러 수준에 근접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낫싱의 차별화 포인트는 명확하다. 기기 내부 구조가 보이는 투명 디자인이다. 공동 창립자인 칼 페이 최고경영자(CEO)는 창업 당시 “모든 스마트폰이 똑같아 보이기 시작했다”며 ‘지루해진 기술’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무선 이어폰, 스마트폰까지 일관된 디자인 언어를 유지하며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했다.
마케팅 방식도 기존 스마트폰 브랜드와 달랐다. 초대 코드 기반 사전 예약, 테크 커뮤니티 중심의 확산 전략은 희소성과 참여감을 동시에 자극했다. 마케팅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제품 홍보가 아니라 ‘갖고 싶은 브랜드’로의 포지셔닝 전략으로 평가한다.
낫싱은 지난해 신규 플래그십 모델 ‘폰(3)’를 출시하며 화제성을 이어갔다. 새로운 글리프 매트릭스, 기하학적 디자인, 프리미엄 소재를 적용했고, 국내 출시 가격은 109만~129만 원대로 책정됐다. 가격대는 프리미엄에 가깝지만, 디자인 차별화를 통해 경쟁 구도를 달리 가져가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칼 페이 CEO는 “기술은 너무 획일화됐다”며 “폰(3)는 기술을 다시 개인적인 경험으로 되돌리기 위한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성능 경쟁보다는 정체성과 감성, 사용 경험을 앞세운 접근이다.
업계에서는 낫싱의 행보를 단기 유행으로 보지 않는다. 스마트폰이 더 이상 ‘혁신 기기’가 아닌 일상 도구가 된 상황에서, 감성과 디자인을 중시하는 소비층이 꾸준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낫싱이 이 흐름을 장기적인 브랜드 파워로 전환할 수 있을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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