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생이 성폭력 누명을 쓰고 2년간 학교에서 범죄자 취급을 받았으나, 결국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건의 진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성급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판단과 불완전한 조사 절차가 한 학생의 인생에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학폭위 운영과 학생 인권 보호의 균형이 다시 한번 논란이 되고 있다.
사건은 지난 2023년 9월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 발생했다. 중학교 1학년이던 A군은 평범하게 생활하던 학생이었다.
그런데 동급생인 여학생 B양이 “A군이 자신을 화장실에서 훔쳐봤다”는 주장을 하면서 사건은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당시 B양은 “화장실 칸막이 위로 A군이 고개를 내민 것을 직접 목격했다”고 진술했고, 학교 측은 이를 근거로 학폭위를 즉시 소집했다.
문제는 B양의 진술 외에는 뚜렷한 증거가 없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학폭위는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을 허위로 음해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을 근거로 A군에게 출석정지 5일과 특별교육 8시간 이수 처분을 내렸다.
어린 나이에 성추행 가해자로 낙인찍힌 A군은 순식간에 친구들과 교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했고, 학교 생활은 지옥으로 변했다.
아버지 역시 “아들이 여학생들 사이에서 변태로 낙인찍혀 견디지 못하고 결국 전학까지 하게 됐다”며 당시의 고통을 전했다.
그러나 A군은 끝까지 결백을 주장하며 학폭위 처분에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법원은 A군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결정적 증거로 CCTV 영상을 주목했다.
피해를 주장한 B양이 화장실에서 “소리를 지르고 뛰쳐나왔다”고 했지만, 실제 영상에는 오히려 웃으며 화장실을 나오는 모습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또한 B양은 진술을 최소 네 차례 번복했으며, 마스크 착용 여부 등 구체적인 상황에서도 일관성이 없었다.
사건 당시 A군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는데, B양은 “범인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고 말하는 등 증언이 서로 맞지 않았다.
법원은 “남자화장실에서 고장 난 변기 뚜껑을 치우는 소리가 여자 화장실 칸에서 변기를 밟고 올라가는 소리로 오인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피해 학생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결국 법원은 학폭위가 내린 모든 징계를 취소했다.
이번 사건은 학폭위가 얼마나 성급하고 졸속으로 운영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사건 당시 담당 장학사는 CCTV조차 확인하지 않고 징계를 의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를 호소하는 여학생의 진술만을 근거로 학생 한 명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린 셈이다.
물론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은 중요한 증거지만, 이를 객관적으로 검증하지 않은 채 일방적인 판단을 내린 것은 명백한 과실이라는 지적이 많다.
A군 가족은 2년간의 고통을 겪으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이미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는 “성추행범”이라는 낙인이 퍼진 뒤였다.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해서 A군이 받은 상처가 쉽게 치유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온라인에서도 “학교와 교육청이 아이의 인생을 망쳤다”, “학폭위가 제 역할을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사건”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폭위 운영 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피해자 보호도 중요하지만,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의 방어권과 무고 가능성 또한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CCTV 등 객관적 자료가 존재하는 경우 이를 철저히 검증하고, 학생들의 일관된 진술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억울한 누명으로 2년간 고통을 겪었던 A군은 결국 무죄 판결을 받으며 명예를 회복했지만, 이미 씻기 어려운 상처를 남겼다.
이번 사건은 학폭위의 판단이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보여주며, 앞으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소율 ([email protected]) 기사제보
같은 주제 기사 모아보기
사회 이슈 관련 기사 더 보기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