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HD, 김판곤 감독과 사실상 결별…불명예 퇴장 수순

김판곤 경질
울산 HD가 김판곤 감독과 결별 수순에 들어갔다 (사진 출처 - 한국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 K리그1 디펜딩 챔피언 울산 HD가 지난해 우승을 이끌었던 김판곤 감독과 사실상 결별 수순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번 이별은 유난히 어색하고 혼란스럽다. 성적 부진이라는 이유로 경질을 택했지만, 그 과정은 감독本人은 물론 후임 후보자까지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김판곤 감독은 2024시즌 중반, 말레이시아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고 친정팀 울산으로 복귀했다.

현역 시절 대부분을 울산에서 보낸 그는 28년 만의 귀환을 우승으로 장식하며 '귀환의 미학'을 써냈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성적 부진이라는 냉정한 현실에 밀려, 예고도 없이 팀에서 밀려나고 있다.

울산은 최근 10경기에서 3무 7패를 기록하며 리그 7위로 주저앉았다. 강등권과의 승점 차는 불과 4점.

디펜딩 챔피언이 2부리그 강등을 걱정해야 할 만큼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이다.

이에 구단은 트레이드 마감일인 7월 31일을 기점으로 감독 교체를 사실상 결단했고, 후임 물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제는 그 방식이었다. 김 감독에게 공식 통보도 없는 상태에서 후임 후보군 접촉이 이뤄졌고, 심지어 내부 논의가 외부 매체에 의해 보도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특히 지난 28일 울산의 고위 관계자가 신태용 전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을 만나 감독직을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며, 김판곤 감독의 자리는 이미 없는 듯한 모양새가 됐다.

울산의 해프닝은 쿠팡플레이 시리즈로 예정돼 있었던 팀 K리그와 뉴캐슬 유나이티드 경기에서도 드러났다.

프로축구연맹은 지난해 우승 감독 자격으로 김판곤을 올스타 사령탑으로 추대했고, 울산은 이를 의식해 경질 시점을 조율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연맹 총재가 울산의 모기업인 울산 HD의 권오갑 회장이라는 점도 결정에 부담을 더했다.

김판곤 감독과 울산의 이별은, 계약 해지 발표도 없고 공식 고별 메시지도 없는 채 사실상 기정사실화됐다.

울산 관계자는 “지금은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지만, 구단 안팎 분위기는 이미 김 감독 이후를 향하고 있다.

후임으로 점쳐지는 신태용 감독 역시 곤란한 입장에 처했다. 신 감독은 “며칠 전 울산으로부터 제안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조심스럽게 입장을 밝혔다.

그는 여전히 인도네시아축구협회와 계약 관계에 있으며, 현재 받는 200만 달러 규모의 연봉을 고려하면 울산행은 경제적으로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결정이다.

축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 없이는 선택하기 어려운 조건인 셈이다.

이번 울산의 행보는 분명 프로다운 결정이라기보단, 감정도 명분도 절반쯤 빠진 상태에서 진행된 절차로 보인다.

전년도 우승 감독을 이렇게 보내는 구단의 어설픈 대처는, 차후 후임 감독 체제의 안정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성적은 하락했지만, 팬들과 내부 선수단 사이에 존재했던 김 감독에 대한 신뢰를 구단이 너무 성급히 저버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프로스포츠에서 이별은 언제나 존재한다. 그러나 이별을 '어떻게' 하느냐는, 그 팀이 얼마나 성숙한 조직인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척도다.

울산의 이별은 그 기준을 놓친 채 서둘러 진행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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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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