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없애거나 숨기고, 위조·변조하거나 위조·변조한 증거를 사용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범죄다. 대한민국 형법 제155조가 증거인멸 등에 관한 처벌과 친족 간의 특례를 규정한다.
형법상 증거인멸죄는 원칙적으로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자신이 직접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을 사건의 증거를 스스로 없애는 행위는 일반적인 증거인멸죄의 구성요건과 구분된다.
증거인멸죄가 보호하려는 대상은 형사사법과 징계 절차에서 사실을 적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다. 증거를 없애는 행위뿐 아니라 은닉, 위조, 변조와 위조·변조된 증거의 사용도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
성립 요건
증거인멸죄가 성립하려면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과 관련된 증거에 대해 법률이 정한 인멸·은닉·위조·변조 등의 행위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형사사건은 반드시 수사가 시작된 사건에 한정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증거를 없앤 당시 아직 수사절차가 개시되지 않았더라도 장차 형사사건이 될 수 있는 사안이라면 증거인멸죄에서 말하는 형사사건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본다.
증거의 범위도 넓다. 수사기관이나 법원 또는 징계기관이 형벌권이나 징계권의 유무를 판단하는 데 관계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료가 대상이 될 수 있다. 그 자료가 피의자나 피고인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는 원칙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
증거가 실제 재판에서 결정적인 증명력을 갖는지 여부도 반드시 요구되지 않는다. 해당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판단하는 자료라면 증거인멸죄에서 말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자기 사건의 증거인멸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직접 없애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형법 제155조의 증거인멸죄로 처벌되지 않는다. 이는 형사절차에서 피의자와 피고인의 방어권을 인정하는 취지와 관련된다.
자신의 행위가 동시에 다른 공범자의 사건에 관한 증거를 없애는 결과를 가져왔더라도, 자기 자신이 형사처분을 받을 것을 우려해 자기 이익을 위해 증거를 없앤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증거인멸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다.
다만 자신의 사건에 관한 증거를 없애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증거인멸을 시키는 경우에는 별도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대법원은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한 행위가 단순한 방어권 행사 범위를 넘어 방어권의 남용으로 평가될 정도라면 증거인멸교사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본다.
방어권 남용 여부는 증거를 없애도록 한 방법과 내용, 당사자와 실행자의 관계, 당시 상황, 형사사법 절차에 미치는 위험성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처벌과 특례
형법 제155조 제1항에 따르면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은닉·위조·변조하거나 위조·변조한 증거를 사용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인을 숨기거나 도피하게 한 경우도 같은 법정형이 적용된다.
피고인·피의자 또는 징계혐의자를 불리하게 만들 목적으로 증거인멸이나 증인 은닉 등의 행위를 한 경우에는 형이 가중된다. 형법은 이러한 모해 목적의 범죄를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친족 또는 동거하는 가족이 본인을 위해 형법 제155조의 행위를 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 친족 간의 특례도 규정돼 있다.
증거인멸죄의 실제 성립 여부는 자료의 성격, 사건과의 관련성, 행위자의 목적과 사건에서의 지위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특정 행위가 증거인멸죄에 해당하는지는 개별 사건의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