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까지만 해도 고개를 숙였던 지도자가 단 1년 만에 팀의 역사를 새로 썼다.
프로축구 대전하나시티즌의 황선홍 감독이 구단과 재계약을 체결하며, 다시 한번 K리그 무대에서 도약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대전은 30일 오후 공식 채널을 통해 “황선홍 감독이 대전하나시티즌과 동행을 이어간다”며 “팀이 강등권의 어려운 시기에 부임해 탁월한 지도력으로 창단 첫 파이널A 진출과 리그 상위권 유지를 이끌었다.
구단이 추구하는 ‘아시아 명문 구단’ 비전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고 발표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이런 소식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지난해 황 감독은 올림픽 진출 실패라는 치명적인 결과로 지도자 경력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2024 파리올림픽 예선을 겸한 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인도네시아에 승부차기 패배를 당하며, 한국 축구는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이로 인해 황 감독은 팬들의 거센 비판을 받으며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그러나 불과 몇 달 뒤, 그의 이름은 다시 대전의 감독 명단에 올랐다.
K리그1 최하위로 추락해 강등 위기에 놓였던 대전이 그에게 SOS를 보냈고, 황 감독은 친정팀의 부름에 응답했다.
당시만 해도 ‘실패한 감독’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었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부임 초기 7경기에서 3무 4패로 부진했지만, “끝까지 믿어달라”는 말 한마디로 팬들의 신뢰를 되찾기 시작했다.
결국 황 감독의 대전은 26라운드 수원전 승리를 시작으로 7경기 무패(4승 3무) 행진을 달렸고, 파이널 라운드에서도 4승 1무로 안정적인 잔류에 성공했다. ‘소방수’로 불리던 그는 팀을 살려내며 자신의 지도력을 증명했다.
이번 시즌에는 완전히 다른 팀을 만들어냈다.
개막 후 10경기에서 6승 2무 1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순위표 상단에 이름을 올렸고, 전반기 18경기에서 승점 31점을 쌓으며 리그 상위권을 유지했다.
9월 이후에도 5경기에서 4승 1무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황 감독이 바꾼 것은 단순히 성적만이 아니다. 그는 대전의 전술적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했다.
이민성 감독 시절 공격 중심 전술로 다득점을 올렸던 대전은 수비 불안으로 늘 약점을 드러냈다.
황 감독은 공수 밸런스를 중시하며 팀의 후방 조직력을 강화했고, 유기적인 빌드업과 빠른 전환을 강조하는 현대 축구 스타일로 팀 컬러를 완성했다.
그 결과는 수치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전은 38경기에서 43득점 47실점(득실 -4)에 그쳤지만, 올 시즌 34경기 만에 50득점 41실점으로 득실 +9를 기록 중이다.
이는 전북(득실 +29), 김천(득실 +17)에 이어 리그 3위 수준이다. 단단한 수비를 기반으로 효율적인 공격이 완성된 셈이다.
황 감독은 선수단 운영에서도 과거의 한계를 극복했다. FC서울 시절 베테랑 선수들과의 불협화음으로 비판받았던 그는, 이번에는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의 조화를 완벽히 이끌어냈다.
외국인 선수 밥신, 주앙 빅토르, 에르난데스, 안톤 등과의 관계도 원활해, 과거 붙었던 별명 ‘황선대원군’은 이제 옛말이 됐다.
무엇보다 황 감독은 지도자로서의 철학을 완전히 새롭게 정립했다.
그는 단기 성적보다 장기적인 팀 비전을 강조하며 “대전이 아시아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팀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번 재계약은 그 약속을 구단이 인정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황선홍 감독은 재계약 소감을 통해 “대전이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남은 시즌도 좋은 경기력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며 “구단과 팬들의 신뢰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현재 K리그1 3위에 올라 있는 대전은 내달 1일 홈에서 5위 FC서울과 파이널 라운드 2번째 경기를 치른다.
황 감독이 이끄는 대전이 사상 첫 아시아 무대 진출권까지 따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용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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