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구글 ‘고정밀 지도 반출’ 논란 재점화

구글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 고정밀 지도 반출을 다시 요구했다.
구글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 고정밀 지도 반출을 다시 요구했다. (사진 출처-나무위키)

한국 정부와 구글 사이에서 20년 가까이 이어져 온 고정밀 지도(1:5000 축척) 반출 문제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한국 정부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는 최근 반출 불허 조치를 “대표적 디지털 무역장벽”이라고 규정하며 미국 상무부에 완화를 요구했다.

CCIA는 구글, 메타, 애플, 아마존 등 주요 빅테크가 회원사로 참여하는 대표적인 IT 로비 단체다.

조너선 맥헤일 CCIA 부회장은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디지털 기술을 보유했지만, 미국 기업에는 불리한 보호 정책을 고수해왔다”며 “한미 정상회담은 시장 개방을 논의할 유례없는 기회”라고 주장했다.

CCIA와 관련 협회들은 정밀지도 반출 제한, 망 사용료, 클라우드 보안 인증제도(CSAP), 온라인 플랫폼법, 인공지능(AI) 규제 등을 대표적인 디지털 무역 장벽으로 꼽았다.

이번 서한은 구글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글은 2007년부터 국토지리정보원이 발행한 전국 단위 국가기본도의 반출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 위성사진 내 민감 시설 가림, 상세 좌표 삭제 등의 조건을 제시하며 제한적 제공 방침을 밝혔다.

구글은 위성사진 내 민감 시설 가림만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도 반출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고정밀 지도가 해외 위성사진과 결합할 경우 국가 안보 위협이 될 수 있으며, 세금으로 제작된 공공재를 외국 기업에 무상 제공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는 논리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방어를 계속 우리가 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과 국민의 반대도 거세다.

네이버·카카오 등은 동일한 규제를 지키며 지도 데이터를 구축해왔는데, 구글에 특혜가 주어질 경우 공정 경쟁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국민들 역시 안보 불안과 규제 형평성 문제를 이유로 부정적 입장을 보인다.

이미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 대체 서비스가 충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세금 문제도 논란의 한 축이다.

2023년 구글의 국내 매출은 12조원으로 추정되지만 실제 납부한 법인세는 155억원에 불과했다.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할 경우 매출 근거가 명확해져 조세 회피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구글이 조건부 허용 방침을 거부한다는 해석도 있다.

한편, 국토지리정보원은 구글이 신청한 고정밀 국가기본도 반출 여부 결정을 오는 10월로 연기했다.

구글이 안보 우려 해소 방안에 대한 추가 검토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2007년 첫 요청 이후 18년째 이어진 논란은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시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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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준 ([email protected]) 기사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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