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동 나가”라는 외침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뒤덮었다.
지난 6월 29일 열린 K리그1 2025 21라운드 FC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맞대결은 경기 그 자체보다도 팬들의 분노가 전면에 부각된 이른바 ‘기성용 더비’였다.
기성용 이적 발표를 앞두고 열린 이날 경기에서 FC서울은 포항을 4대 1로 완파했지만, 홈팬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90분 내내 이어진 서울 서포터즈의 ‘김기동 퇴진’ 요구는 단순한 야유 수준을 넘어 구단과 팬 사이의 깊은 균열을 드러냈다.
서울에서 10년 넘게 뛴 기성용은 최근 출전 시간을 확보하고자 포항 이적을 결심했다.
하지만 다수의 팬은 이를 두고 서울 구단과 김기동 감독이 구단의 상징이자 레전드인 기성용을 ‘홀대했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팬들은 ‘굴러온 돌이 없앤 우리의 Ki댈 곳’ 같은 문구가 담긴 플래카드를 내걸며 비판 의사를 분명히 했다.
서울은 올 시즌 가장 많은 골을 터뜨리며 경기를 이겼지만, 팬들의 응원 없이 치른 이 승리는 씁쓸했다.
경기 직후 일부 팬들은 구단 버스를 막아서는 ‘버스 가로막기’ 시위를 벌였다. K리그에서 성적 부진 시 종종 발생하는 항의 방식이지만, 특정 선수 이적으로 인한 버스 가로막기는 이례적이다.
이날 약 1시간 동안 팬들과 선수단은 대치했고, 일부 팬은 큰 목소리로 항의하며 울분을 토해냈다.
이처럼 서울 팬들의 분노는 단순한 경기력 문제를 넘어 정체성과 가치, 그리고 구단 운영 철학에 대한 근본적인 불만으로 번지고 있다.
단순한 이별이 아닌 ‘존재의 부정’으로 인식되는 기성용 이적은 서울 구단에 있어 극심한 리스크로 떠올랐다.
주장 제시 린가드는 포항전 종료 후 인터뷰에서 “팬들의 존재가 우리에게 정말 큰 영향을 미친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오늘 경기장 분위기가 선수로서 뛰는 데 있어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라며 팬들의 응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이날 경기장 분위기는 서울 홈이었음에도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경기를 VIP룸에서 지켜본 기성용도 팬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언젠간 해야 할 이별이 조금 더 빨리 왔다고 말하고 싶다”며 “내가 제일 사랑하는 서울이라는 팀이 나로 인해 더 이상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은 선수들은 팀을 위해 열심히 뛸 것이다. 여러분이 팀과 선수들을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진심 어린 작별 인사는 팬들의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남겼지만, 갈등을 해소하기엔 부족했다.
서울 구단은 사태 수습을 위해 7월 1일 팬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김기동 감독이 직접 참석해 기성용 이적 관련 내막을 설명할 계획이다.
하지만 팬들의 감정이 워낙 깊게 침전돼 있어 이 자리가 단순한 설명으로는 봉합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간담회 결과에 따라, 7월 2일 전북 현대와 치르는 코리아컵 8강전의 경기 분위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구단과 팬 간의 신뢰가 흔들린 지금, FC서울은 단순히 경기력을 넘어 ‘관계 회복’이라는 또 다른 과제를 떠안게 됐다.
서울의 시즌 향방은 앞으로 이 갈등을 얼마나 슬기롭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김용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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