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이동성고기압은 특정 지역에 오랫동안 머무르지 않고 중위도의 편서풍을 따라 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는 고기압을 말한다. 시베리아고기압이나 북태평양고기압처럼 비교적 일정한 지역에 자리 잡는 정체성 고기압과 구분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봄과 가을에 이동성고기압이 자주 영향을 준다. 이동성고기압 중심부에서는 하강기류가 발달해 구름이 적고 맑은 날씨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지만, 고기압의 위치와 가장자리에서 유입되는 공기의 성질에 따라 기온·구름·강수의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형성과 이동
이동성고기압은 중위도의 저기압과 저기압 사이에서 기압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면서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상층 편서풍 파동과 연계해 움직이기 때문에 대체로 서쪽에서 동쪽 방향으로 이동한다.
기상청 교육자료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고기압이 저기압과 비슷한 속도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으며 우리나라를 주로 봄과 가을에 통과한다고 설명한다.
이동성고기압의 위치와 이동속도는 상층 기압계와 주변의 저기압, 대륙고기압 등의 영향을 받아 달라질 수 있다.
날씨의 특징
고기압에서는 대체로 공기가 하강한다. 하강하는 공기는 압축되면서 상대습도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어 구름 발생이 억제되고 맑은 날씨가 나타나기 쉽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이동성고기압의 중심 부근에 놓이면 바람이 비교적 약하고 하늘이 맑은 경우가 많다. 낮에는 햇볕으로 지면이 빠르게 데워질 수 있고 밤에는 복사냉각이 활발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봄과 가을의 맑은 날에는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으로 낮과 밤의 기온차가 크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고기압 앞쪽과 뒤쪽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은 중심부와 가장자리에서 서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고기압이 우리나라 서쪽에 위치할 때와 동쪽으로 빠져나간 뒤의 바람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고기압이 동쪽으로 이동한 뒤 우리나라가 고기압의 서쪽 또는 북서쪽 가장자리에 놓이면 남풍이나 남서풍이 유입될 수 있다.
따뜻한 남쪽 공기가 유입되고 햇볕이 강하면 기온이 평년보다 크게 오를 수 있다. 실제로 기상청은 봄철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을 자주 받아 강한 햇볕과 남풍 유입이 겹치면서 높은 기온이 나타난 사례를 분석한 바 있다.
봄철 이동성고기압
봄이 되면 겨울철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던 대륙고기압의 세력이 약해지고 이동성고기압과 저기압이 번갈아 통과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동성고기압이 영향을 줄 때는 맑고 따뜻한 날씨가 나타날 수 있지만 이후 저기압이나 기압골이 접근하면 구름이 증가하고 비가 내릴 수 있다. 다시 고기압이 접근하면 날씨가 맑아지는 식으로 날씨가 주기적으로 변한다.
봄철에는 강한 일사와 따뜻한 남풍이 동시에 작용할 경우 낮 기온이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 반대로 이동성고기압 뒤로 찬 공기가 유입되면 일시적으로 기온이 떨어질 수도 있다.
가을철 이동성고기압
가을에도 이동성고기압이 우리나라를 주기적으로 통과한다. 고기압 중심의 영향을 받는 동안에는 맑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전형적인 맑은 가을 날씨가 나타날 수 있다.
다만 맑은 날 밤에는 지표면에서 열이 빠르게 빠져나가는 복사냉각이 강해져 아침 기온이 낮아질 수 있다. 낮에는 일사로 기온이 상승하기 때문에 일교차가 커질 수 있다.
새벽과 아침에는 지면 부근의 공기가 냉각되면서 안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교통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저기압과의 주기적 통과
이동성고기압은 단독으로 날씨를 결정하기보다 저기압과 함께 연속적으로 이동하면서 중위도 지역의 날씨 변화를 만든다.
이동성고기압이 지나간 뒤 다음 저기압이나 기압골이 접근하면 기압이 낮아지고 구름이 늘며 비가 내릴 수 있다. 이후 다시 고기압이 접근하면 날씨가 회복되는 식의 변화가 반복된다.
사이언스올은 이동성고기압과 저기압이 편서풍의 흐름을 따라 이동하면서 봄과 가을에 수일 단위의 주기적인 날씨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정체성고기압과의 차이
이동성고기압은 일정한 방향으로 비교적 빠르게 이동한다는 점에서 정체성고기압과 구분된다.
시베리아고기압, 오호츠크해고기압, 북태평양고기압 등은 계절적으로 특정 지역에서 발달하고 비교적 넓은 지역에 장기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비해 이동성고기압은 중위도의 대기 흐름을 따라 이동하면서 비교적 짧은 기간 한 지역의 날씨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일기예보에서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을 받는다고 할 때에는 특정 고기압이 우리나라 부근을 통과하면서 일시적으로 맑거나 비교적 안정된 날씨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기온과 강수에 미치는 영향
이동성고기압이 반드시 같은 기온이나 날씨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고기압이 어디에서 형성됐는지와 이동경로, 주변 기압계에 따라 유입되는 공기의 성질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뜻한 남서풍이 함께 유입되면 고온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겨울철 대륙고기압에서 분리된 비교적 찬 이동성고기압이 영향을 주면 기온이 낮아질 수도 있다.
또한 고기압 중심에서는 강수가 적은 경향이 있지만 고기압 가장자리나 뒤따르는 기압골의 영향을 받으면 구름과 비가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이동성고기압이라는 명칭만으로 맑음이나 기온 상승을 단정하기보다는 전체 기압배치와 이동경로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