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갈변은 식품이나 농산물의 가공·저장 과정에서 색이 황갈색에서 흑갈색으로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과일이나 채소를 자르거나 껍질을 벗겼을 때 표면이 갈색으로 변하는 현상이 대표적이며, 가열이나 장기 저장 과정에서도 갈변이 나타날 수 있다.
갈변은 발생 원리에 따라 크게 효소적 갈변과 비효소적 갈변으로 구분한다. 효소적 갈변은 사과·배·감자처럼 식물 조직이 손상된 뒤 효소와 산소가 반응하면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비효소적 갈변은 가열이나 저장 과정에서 당과 아미노산 등이 반응하면서 발생할 수 있다.
갈변 자체가 항상 식품의 부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색과 향, 맛, 조직감 등 품질을 변화시키고 상품성을 떨어뜨릴 수 있어 식품 가공과 유통에서는 갈변을 조절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효소적 갈변
효소적 갈변은 식물 조직의 페놀성 물질이 산소와 만나 폴리페놀산화효소 등의 작용으로 산화되면서 갈색 색소가 만들어지는 현상이다. 사과나 감자를 자른 뒤 공기에 노출했을 때 표면이 갈색으로 변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상적인 과일이나 채소에서는 효소와 반응물질이 세포 안에서 서로 분리되어 있다. 하지만 자르거나 껍질을 벗기고 눌리는 등 조직이 손상되면 세포 구조가 파괴되면서 효소와 페놀성 물질이 만나고 공기 중 산소까지 접촉해 갈변 반응이 진행된다.
농촌진흥청은 사과를 절단하면 폴리페놀 물질이 공기와 접촉하고 폴리페놀산화효소에 의해 산화되면서 표면이 암갈색으로 변한다고 설명한다. 감자에서도 페놀산화효소의 활성이 갈변 정도와 관련된다.
비효소적 갈변
비효소적 갈변은 효소의 작용 없이 화학반응에 의해 갈색 물질이 형성되는 현상이다. 대표적인 예가 마이야르 반응과 캐러멜화다.
마이야르 반응은 식품 속의 환원당과 아미노산이나 단백질 성분이 가열 과정에서 반응해 갈색 색소와 다양한 향미성분을 만드는 과정이다. 빵의 껍질이나 구운 고기, 볶은 커피에서 나타나는 갈색과 구수한 향 등이 이 반응과 관련된다.
캐러멜화는 당을 높은 온도로 가열할 때 당 자체가 분해되고 재배열되면서 갈색 색소와 특유의 향이 형성되는 반응이다. 마이야르 반응과 달리 아미노산이나 단백질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러한 비효소적 갈변은 식품의 향과 색을 좋게 만드는 데 이용되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진행되면 맛과 색이 과도하게 변하거나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
갈변을 줄이는 방법
효소적 갈변을 줄이려면 효소의 활성을 낮추거나 산소와의 접촉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과일을 자른 뒤 밀폐하거나 진공포장을 하는 방법은 공기 중 산소와의 접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산성 환경을 만드는 것도 갈변 억제에 활용된다. 레몬즙처럼 산도가 높은 성분은 폴리페놀산화효소의 활성을 낮출 수 있으며 아스코르브산은 산화반응을 늦추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농촌진흥청 연구에서도 아스코르브산을 이용한 처리에서 사과의 갈변 억제 효과가 확인된 바 있다.
가열을 통해 갈변 관련 효소를 불활성화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과일과 채소의 신선한 식감이 필요한 경우에는 가열이 적합하지 않을 수 있어 식품의 특성과 가공 목적에 따라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갈변과 식품 품질
갈변은 식품의 외관뿐 아니라 향과 조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감자의 경우 갈변 과정에서 페놀성 물질이 산화되면서 불쾌한 냄새가 생기거나 조직이 물러지는 등 품질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갈변이 동일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냉장 보관 중인 고추씨의 갈변처럼 저온장해가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고, 과실의 고온 피해나 저장 중 생리장해에 의해 과육이 갈색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식품이 갈색으로 변했다고 해서 모두 효소적 갈변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원재료의 종류와 가공·저장 온도, 조직 손상 여부, 산소 노출 등 조건을 함께 살펴 원인을 구분해야 한다.
갈변은 식품에서 매우 흔한 변화이지만 때로는 품질저하를 나타내고, 때로는 조리 과정에서 원하는 색과 향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발생 원리를 이해하면 신선식품의 변색을 줄이거나 조리 과정에서 갈변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