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쥐 출몰 급증…기후변화·집중호우 원인, 시민 불안 확산

쥐
(사진출처-픽사베이)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김모 씨는 최근 예상치 못한 불청객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 바로 집 주변에 잦은 빈도로 출몰하는 때문이다.

예전에는 늦은 밤 화단 근처에서 간간이 모습을 드러내는 정도였으나, 이제는 대낮에도 쥐들이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 주말에는 집 앞 도로에서 쥐 두 마리가 함께 죽어 있는 광경을 직접 마주하게 되면서 충격을 받기도 했다.

그는 “서울에 10년 넘게 살았지만 이렇게 자주 쥐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며 “혐오스럽기도 하고, 혹시 질병을 옮기지는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일부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 도심 곳곳에서 쥐 출몰 사례가 늘어나고 있으며, 민원 건수도 증가세를 보인다.

방역 관리로 오랫동안 자취를 감췄던 도심 속 쥐가 다시 눈에 띄기 시작한 배경에는 기후변화와 집중호우라는 복합적인 원인이 자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 기온 상승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겨울철 평균 기온이 높아지면 쥐의 폐사율이 낮아지고 생존력이 강화된다.

과거에는 추위로 인해 상당수가 자연적으로 줄어들었지만, 최근에는 생존 기간이 연장되며 개체수가 점차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또한 기온 상승은 쥐의 번식 기간 확대와도 직결된다. 짧은 동면 후 빠르게 활동을 재개하거나 아예 겨울잠을 자지 않고 활동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연중 번식 주기가 길어졌다.

이로 인해 개체수는 더욱 빠른 속도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인한 국지성 집중호우 역시 쥐 출몰 빈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도시 속 쥐는 하수관이나 하수구에 서식처를 마련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폭우가 쏟아지면 이 공간이 물에 잠기면서 안전한 은신처를 상실하게 된다.

결국 쥐들은 새로운 서식처를 찾아 지상으로 올라오게 되고, 사람이 활동하는 생활공간까지 진출하게 된다.

최근 들어 대도시에서 쥐 목격 사례가 증가한 것은 이러한 기후 환경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같은 문제는 비단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된 미국 리치먼드대 연구에 따르면 미국, 일본, 캐나다 등 16개 도시 중 13곳에서 쥐 개체 수가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워싱턴DC는 최근 10년간 쥐 개체 수가 약 4배 늘어나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일부 도시인 도쿄에서는 적극적인 방역 조치로 개체 수가 줄었으나, 대체로 전 세계 주요 도시들이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한국은 연구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높은 인구밀도와 녹지 공간 부족이라는 조건을 감안할 때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국내에서도 서울 강남구, 강동구, 양천구, 관악구 등 주요 자치구를 중심으로 쥐 출몰 신고가 이어지고 있다.

강남구는 상반기부터 아파트 단지와 상업지역을 대상으로 스마트 쥐덫을 설치하며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강동구 역시 총 80대의 스마트 쥐덫을 설치해 방역망을 확대했다.

이외에도 여러 구청에서 긴급 방역 조치를 취하며 쥐 개체수 억제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단순한 위생 불편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쥐는 다양한 감염병을 매개하는 대표적인 유해동물이다. 활동 범위가 넓어질 경우 보건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신증후군출혈열’이 있다. 이는 쥐의 분비물이나 소변을 통해 전파되며 고열, 출혈, 신부전 등을 유발한다. 치사율은 최대 15%에 달한다.

또 다른 질병인 ‘렙토스피라증’은 쥐에 의해 전파돼 발열과 근육통을 일으키며,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 질병은 백신이 없어 예방 차원의 관리가 특히 중요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쥐 출몰 민원이 접수되면 각 자치구에서 즉각 방역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쥐나 흔적을 발견할 경우 관할 구청이나 보건소에 즉시 신고하면 추가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도심 속 쥐 출몰 문제는 이제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 시민 건강과 직결되는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기후변화와 환경 변화가 맞물리며 앞으로 더 자주 목격될 가능성이 큰 만큼,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응과 함께 시민들의 경각심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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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율 ([email protected]) 기사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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