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유산청은 12일 고려와 조선 시대의 대표적 유물 4건을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이번 예고 대상에는 고려 오백나한도, 세종 비암사 소조아미타여래좌상, 유항선생시집, 휴대용 앙부일구가 포함됐다.
가장 주목받는 고려 오백나한도는 13세기 몽골 침입 시기 국난 극복을 기원하며 500폭 일괄 제작된 불화 가운데 한 점이다.
불화에는 원상주존자가 너른 바위에 앉아 용을 올려다보는 모습이 담겼다.
강인한 표정과 역동적인 자세, 능숙한 필선과 다양한 농담 표현이 어우러져 고려 불화 특유의 높은 예술성을 보여준다.
상단의 화제를 통해 존자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고, 하단 화기에는 1235년 제작 연대와 발원자·시주자 이름이 남아 있어 연구 자료로서도 의미가 크다.
국가유산청은 “이 작품은 고려 불화의 특징인 품격 높은 예술성과 신비로운 종교적 감성을 담고 있으며, 남아 있는 수가 절대적으로 적은 고려 불화 중 조성 시기를 명확히 알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미술사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 비암사 소조아미타여래좌상은 조선 전기의 불상으로, 소조불 제작 방식에서 독창적인 특징이 드러난다.
나무로 윤곽을 만든 뒤 소량의 흙으로 세부를 완성했으며, 높게 솟은 육계와 장대한 상체 등 전형적 양식을 갖췄다.
국가유산청은 희소성과 과학적 조사 성과를 근거로 조선 불교조각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고려 말 문신 한수의 작품집인 유항선생시집도 보물 지정 예고 대상에 포함됐다.
권근의 서문과 이색의 묘지명, 우왕의 교서까지 함께 수록돼 있어 당대 문인의 학문과 사상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다.
1400년 금산에서 간행된 초간 목판본으로, 이후 간행된 판본들의 저본이 된 점에서 가치가 크다.
현재 전해지는 초간본은 단 세 책뿐이며, 이번 예고 대상은 단국대학교 석주선기념박물관 소장본이다.
또한 서울역사박물관이 소장한 휴대용 앙부일구는 1908년 제작된 해시계로, 반구형 면에 절기선과 시각선이 정밀하게 새겨져 있다.
제작자 강문수의 이름과 제작 연대가 기록돼 있으며, 은도금된 영침과 나침반 부착 등 정교한 제작 기법이 돋보인다.
진주강씨 가문이 만든 가장 근대의 해시계라는 점에서 과학사적 가치도 높다.
국가유산청은 이들 4건의 문화재를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박세준 (karung2@sabanamedia.com) 기사제보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