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하제일 명산’으로 불리는 금강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며 북한의 세 번째 세계유산으로 이름을
올렸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13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47차 회의에서 금강산을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금강산은 2004년 등재된 ‘고구려 고분군’, 2013년 등재된 ‘개성역사유적지구’에 이어 북한이 보유한 세 번째 세계유산이 됐다.
북한은 지난 2021년 금강산을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특징을 모두 지닌 복합유산으로 신청했으며, 올해
유네스코 자문기구의 긍정적 평가에 따라 등재가 확정됐다.
금강산은 해발 1638m의 비로봉을 중심으로 수많은 봉우리와 기암괴석, 계곡, 폭포가 어우러진 명산으로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자연 경관의 대표적인 사례다.
봄에는 금강산도 봄빛이 가장 아름답다는 의미의 ‘금강산춘(春)’, 여름에는 짙은 녹음과 계곡물이 어우러져 ‘
봉래산하(蓬萊山夏)’, 가을 단풍이 물드는 ‘풍악산추(楓岳山秋)’, 그리고 눈 덮인 겨울의 ‘개골산동(皆骨山冬)’로도 불리며, 사계절 모두 절경을 이루는 산으로 손꼽힌다.
이러한 경관적 가치뿐 아니라, 금강산은 수백 년간 불교 순례지이자 예술과 문학의 소재로 활용되어 온
문화유산적 가치도 함께 지니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이번 등재 결정에서 금강산이 가진 복합유산으로서의 특징을 높이 평가했다.
위원회는 “금강산은 독특한 지형과 경관, 오랜 불교 역사와 순례 전통, 지역사회와의 문화적 연계가 어우러진 복합적 문화경관으로, 세계적으로 보존 가치가 크다”고 밝혔다.
금강산에는 유점사, 표훈사, 장안사 등 조선불교의 유서 깊은 사찰이 분포돼 있으며, 고려와 조선시대 승려,
시인, 화가들이 이곳을 찾아 예불과 창작을 하며 그 의미를 기록해왔다.
또한 산 전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묘사된 김홍도의 산수화와 조선시대 문인들의 금강산 유람기록은
금강산의 문화적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한다.
북한은 2021년 유네스코에 금강산을 세계유산으로 신청했으나, 당시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현장 조사와 심사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후 올해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실시한 검토에서 ‘등재 권고’ 의견이 제시됐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유산위원회가 최종 등재를 결정한 것이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복합유산은 전 세계적으로도 상대적으로 드문 유형으로, 문화와 자연이 동시에 보호 가치가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금강산 등재는 남북 간 문화유산 협력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금강산은 남북 교류의 상징적 장소로 주목받아 왔으며, 1998년부터 2008년까지는 남측 관광객의
방문이 이뤄졌던 유일한 북한 지역이었다.
이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오래지만, 이번 유네스코 등재를 계기로 국제사회에서 금강산의 문화적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향후 보존과 관리, 공동 연구에 대한 협력 가능성이 논의될 여지도 있다.
한편 북한은 이번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해 내부적으로도 금강산의 상징성과 문화적 위상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조선중앙통신은 “금강산은 우리 민족의 자랑이며 조선의 천하절승”이라고 소개하며, “세계가 인정한 보물로
후손 만대에 물려주기 위한 보호·관리 사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금강산이 지닌 지형학적, 생태학적 중요성과 함께 문화사적 연속성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유네스코 복합유산 중에서도 독보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번 유네스코 등재는 북한 문화유산의 국제적 위상을 한층 끌어올리는 계기가 된 동시에, 향후 금강산 보존에 대한 국제적 책임과 주목도 함께 따르게 된다.
앞으로 금강산이 세계유산으로서 어떤 방식으로 관리되고 보존될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남북 및 국제사회와
어떤 협력 구조가 형성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