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리그1 명문 클럽 FC서울과 울산 HD가 팬들의 싸늘한 반응 속에 위기의 축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2025 22라운드에서 두 팀은 극심한 부진과 더불어 감독 교체 요구, 응원 보이콧 등 보기 드문 장면 속에 맞대결을 펼쳤다.
서울의 홈팬들은 김기동 감독을 향해 공개적으로 야유를 보냈고, 원정석을 채운 울산 팬들은 조직적인 응원 보이콧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경기장에서 감독이 팬들의 집중된 비난을 받는 광경은 흔치 않은데, 이날은 두 팀 모두에서 동일한 분위기가 연출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서울은 최근 리그 4경기 연속 무패(2승 2무)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홈팬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 중심에는 팀 레전드 기성용의 이적이 있었다.
김기동 감독은 시즌 초 기성용을 전력 외로 분류하며 결국 그를 포항 스틸러스로 떠나보냈다.
전날 기성용이 포항 유니폼을 입고 K리그 복귀전을 성공적으로 치르자 서울 팬들의 분노는 다시금 김기동 감독에게 향했다.
특히 포항에서 80분을 활발하게 소화한 기성용의 모습은 서울 팬들의 아쉬움을 자극했고, 이날 경기 전부터 김 감독을 향한 야유가 경기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이는 단순한 경기력 문제가 아닌, 클럽의 상징적 존재를 떠나보낸 결정에 대한 정서적 반발로 해석된다.
반면 울산의 상황은 성적마저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 K리그를 대표해 출전했지만 조별리그 3전 전패로 탈락했고, 귀국 후에도 좀처럼 반등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광주FC와의 코리아컵 8강 원정경기에서 0-1로 패한 데 이어, 12일에는 최하위 대구FC를 상대로 홈에서 2-2 무승부에 그치며 팬들의 실망감이 극에 달했다.

울산의 마지막 승리는 지난 5월 24일 김천 상무전으로, 이후 두 달 가까이 승리를 챙기지 못하고 있다.
결국 울산 공식 서포터스는 지난 18일 성명을 통해 김판곤 감독의 사퇴를 요구하며 등 돌렸다.
구단은 서둘러 팬 간담회를 열어 설득에 나섰지만, 응원 보이콧은 철회되지 않았다.
이날 경기에서도 울산 응원단은 함성과 노래 없이 침묵하며 구단에 메시지를 전달했다.
더욱 뼈아픈 사실은 이날 패배로 울산이 서울과의 8년간 이어진 23경기 무패(15승 8무) 기록을 마감했다는 점이다.
울산은 지난 수년간 서울을 상대로 압도적인 전적을 유지해 왔지만, 이마저도 무너지면서 김판곤 감독 체제에 대한 신뢰도 급속히 흔들리고 있다.
두 감독 모두 외로운 상황에 놓였다. 김기동 감독은 레전드를 내보낸 책임을, 김판곤 감독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안고 팬들의 날 선 반응에 직면해 있다.
프로 스포츠에서 감독은 성적과 결정을 통해 평가받지만, 그 결정의 무게와 결과에 따른 책임은 고스란히 홀로 짊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서울과 울산의 맞대결은 경기 결과보다도 팬과 감독 사이의 깊어진 간극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오래 회자될 가능성이 크다.
승리보다 더 큰 숙제를 안고 있는 두 팀은 이제 남은 시즌을 통해 실망한 팬들의 신뢰를 되찾아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김용현 (kor3100@sabanamed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