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속초 설악산에서 케이블카가 갑작스럽게 멈춰 서며 80여 명의 승객이 70m 상공에 2시간 넘게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사고는 무더운 여름철에 일어난 데다 운행 재개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탑승객들은 불안과 불편을 호소했다.
20일 오후 3시 56분께 강원 속초시 설악산소공원에서 권금성으로 오가는 케이블카 2대가 유압 계통 이상으로 갑작스럽게 멈췄다.
당시 상행선 케이블카에는 42명, 하행선에는 44명 등 총 86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특히 상행선을 타고 이미 권금성에 도착한 167명도 하산을 하지 못한 채 터미널에 발이 묶여 고립됐다.
케이블카 운영사인 설악케이블카 측은 “하행선 케이블카의 유압호스가 터지면서 상행선까지 운행이 동시에 멈췄다”고 밝혔다.
문제 발생 직후 운영사는 긴급 수리에 착수했고, 약 2시간 13분이 지난 오후 6시 9분경 임시 조치를 통해 케이블카 운행을 재개했다.
이에 따라 하행선 케이블카는 약 10분 뒤인 오후 6시 19분경 정상적으로 소공원 터미널에 도착했으며, 탑승객 44명 전원이 안전하게 하차했다.
하지만 이후 하행선 차량에 대한 본격적인 수리가 시작되면서 운행은 다시 중단됐다.
상행선 케이블카에 고립된 42명과 권금성 터미널에서 대기 중이던 승객 209명은 재운행을 기다리다 오후 7시 40분경에서야 수차례 왕복 운행을 통해 모두 하산할 수 있었다.
사고 당시 탑승객 중 신체적 외상을 입은 사람은 없었지만, 고온다습한 기후 속에 장시간 고립되면서 일부 승객이 어지럼증과 울렁증을 호소했다.
이들은 현장에서 출동한 119 구조대원들로부터 응급조치를 받았다.
승객 일부는 케이블카 운영사의 늑장 대처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대기 공간이 부족한 권금성 터미널에는 고령자와 어린이도 포함되어 있어 불안한 분위기가 이어졌고, 승객들은 적절한 안내와 대응이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설악케이블카 측은 사고 발생 직후 탑승권 환불을 전면 시행하고, 향후 보상안 마련을 위한 연락처를 수집했다.
설악산 케이블카는 1대당 최대 50명까지 탑승 가능하며, 총 운행거리는 1.128km, 도착지인 권금성은 해발 699m 지점에 위치해 있다.
이날 설악산의 기상은 맑고 바람도 강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기상 요인이 아닌 기계적 결함이 원인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소방 당국은 사고 원인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설악케이블카 측과 정밀 점검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유압 계통의 구조적 결함 가능성, 긴급 대응 체계의 적절성 등에 대해서도 함께 조사할 예정이다.
이번 사고는 여름철 관광객이 집중되는 설악산에서 발생한 만큼, 케이블카 등 대중교통 시설의 안전 관리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김용현 (kor3100@sabanamed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