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야자수 절반 사라진다…이팝나무로 수종 대체 가속화

1980년대 이국적인 관광도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제주 도심 곳곳에 심어진 야자수가 40여 년 만에 자취를 감추고 있다.
제주시가 안전사고 예방과 유지관리 효율을 이유로 워싱턴야자수를 대거 제거하고 이팝나무 등으로 교체하는 가로수 수종 갱신 사업을 본격화했다.
제주시는 올해 제주시 탑동 이마트에서 제주항 임항로까지 1.2㎞ 구간에 식재된 워싱턴야자수 117그루를 제거하고, 이팝나무로 대체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제거된 야자수는 곽지해수욕장과 고내리 레포츠공원 등 해안가로 이식될 예정이다.
이 구간의 교체작업은 4월 초 완료될 계획이다.
제주 야자수 교체는 2021년부터 본격 추진됐다.
도심 내 가로수로 식재된 워싱턴야자수는 총 1325그루로, 연동 삼무로를 포함한 제주시 20개 구간에 걸쳐 분포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549그루(약 41.4%)가 수국, 먼나무, 이팝나무 등 다른 수종으로 대체됐다. 현재 작업이 완료되면 절반 이상이 교체되는 셈이다.
워싱턴야자수는 1982년부터 가로수로 도입돼 남국의 정취를 표현하는 조경수로 자리잡았지만, 높게 자라는 수형이 도심 환경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성장하면 최대 27m에 이르는 워싱턴야자수는 태풍이나 강풍에 취약해 부러지거나 뿌리째 쓰러지는 사고가 반복되고 있으며, 날카로운 잎이나 꽃대가 낙하해 보행자에게 위협을 주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전선과 접촉해 정전 사고를 유발하는 사례까지 보고되면서 안전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됐다.
또한 가지치기를 위해 매년 고가 사다리차를 동원해야 하는 등 유지관리 비용도 적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야자수가 도심 가로수로 적합하지 않다는 전문가 자문을 받아 수종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제주도 전역 기준으로 지난해 말 현재 전체 가로수 12만2924그루 중 야자수는 3334그루로 약 2.7%를 차지한다.
도심에서 퇴출되는 야자수들은 야외공원과 해수욕장 등 보다 안전한 지역으로 옮겨진다.
신혜연 (karung2@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