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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밤 김해공항에서 이륙을 준비 중이던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화재가 발생해 승객과 승무원 176명이 비상 탈출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나 화재로 인해 긴급 대피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일부 승객들이 기내 선반에서 짐을 챙기려 하면서 통로가 막히고 대피 과정이 혼잡해져 비난을 받고 있다.
한 승객은 “사람이 먼저지, 짐이 뭐가 필요하냐”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좁은 통로에서 몇몇 승객들이 수하물을 챙기려고 선반을 열어 다른 사람들의 이동을 방해했다.
욕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화재 발생 시 신속한 대피가 중요한데, 개인 짐을 챙기려다 오히려 생명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과거의 항공기 사고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2019년 러시아에서 발생한 여객기 화재 사고 당시에도 일부 승객들이 기내 수하물을 챙기면서 탈출이 지연되었고, 결국 41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국제항공안전기준에서는 비상 탈출 시 승객들에게 짐을 두고 탈출하도록 안내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사고 발생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승무원의 적절한 안내 없이 일부 승객이 비상구를 임의로 개방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에 대해 정윤식 가톨릭관동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항공기 화재 발생 시 조종석에서는 관제사와 교신하며 구조 요청과 탈출 절차를 시행 중일 가능성이 높다.
승무원의 안내 없이 비상구를 열면 위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체가 지상에 있을 경우에도 엔진이 저속으로 작동하고 있어 승객이 엔진 가까이 가면 빨려 들어갈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항공업계에서는 비상 탈출 시 반드시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야 하며, 개인 수하물을 포기하고 신속히 대피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승무원 안전 매뉴얼에 따르면, 비상 탈출 시 신발을 벗고 슬라이드를 이용해야 하며, 짐을 들고 탈출할 경우 슬라이드가 훼손되거나 미끄러지는 과정에서 추가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해당 항공기의 승무원들이 비상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또한 기내 선반 내 수하물 중 보조배터리가 화재 원인일 가능성이 있는지도 검토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기내반입 물품 규정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비상 탈출 시 승객들의 행동 지침을 더욱 철저히 교육하고, 항공사 측에서도 승무원들의 대처 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승객들도 자신의 안전 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명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기내 안전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편, 화재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추가적인 조사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항공 안전 수칙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되고 있다.
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