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아파트 고양이 토막사체 사건…경찰, 증거 부족으로 수사 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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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토막난 고양이 사체가 발견되면서 동물 학대 의혹이 불거졌으나 경찰은 2개월여 간의 수사 끝에 증거 불충분으로 수사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사건은 지역사회와 동물보호 단체의 비판을 불러일으켰으며, 동물 학대에 대한 법적 대응과 수사 시스템에 대한 논란이 다시금 불거졌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달 3일 압구정동 아파트 단지 내 화단에서 발견된 고양이 사체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으나, 명확한 범죄 혐의점을 찾지 못해 수사를 중단할 예정이라고 25일 밝혔다.
고양이 사체를 처음 발견한 주민 박씨(18)는 평소 단지 내에서 길고양이들을 돌보던 학생으로, 사건 당일인 지난달 2일 오후 3시 50분경 밥그릇이 놓여 있는 화단을 찾았다가 머리만 남은 고양이 사체를 발견했다.
발견 당시 고양이 머리는 털이 벗겨져 피부가 드러났고, 한쪽 눈은 훼손된 상태였다. 충격을 받은 박씨는 즉시 다음 날 강남경찰서에 고발장을 접수하며 학대를 의심했다.
경찰은 고양이 사체를 수거해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 수의법의검사를 의뢰했고, 검사 결과 외력에 의해 사망한 것은 확인됐지만, 외력의 종류를 특정할 수 없어 사인은 불분명하다는 소견이 나왔다.
같은 날 오후 1시경, 박씨는 화단 근처 물그릇 옆에서 쓰러져 있는 새끼 고양이도 발견했다. 박씨는 새끼 고양이를 급히 동물병원으로 옮겼으나 이미 심정지 상태였고, 부검을 하지 못한 채 매장했다.
박씨는 “새끼 고양이의 죽음 역시 독극물에 의한 것일 가능성을 의심했지만, 이미 매장한 뒤라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경찰은 현장 주변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했으나, 고양이를 학대한 명확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주변을 지나는 사람들의 동선을 확인했지만, 고양이를 상대로 학대하는 장면은 포착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확보된 자료로는 동물 학대 혐의를 입증할 수 없으며, 새로운 단서가 발견될 때까지 수사를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동물보호 단체들과 지역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일부 주민들은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단지의 과거 사례를 언급하며, 고양이 학대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아파트 단지는 2013년에도 지하실 통로를 폐쇄해 길고양이 수십 마리가 폐사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으며, 당시에도 동물 학대 논란이 일었다.
동물보호 단체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동물 학대에 대한 수사가 증거 부족으로 중단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며 “동물 학대 범죄에 대한 보다 정교한 수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고양이 사체 발견 장소 주변에 CCTV 추가 설치와 같은 예방 조치도 촉구했다. 이번 사건은 동물 학대에 대한 법적 대응과 수사 절차의 한계를 드러내는 사례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동물 학대 사건의 경우 증거 확보가 어려워 수사가 종종 중단되거나 무혐의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동물 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관련 사건을 보다 철저히 조사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동물 학대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커지는 가운데, 이번 사건은 시민들과 관련 기관이 동물 보호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경찰과 지자체는 향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역 내 안전망을 강화하고, 주민들과 협력해 길고양이 보호 및 관리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번 압구정 아파트 고양이 토막사체 사건은 미해결로 남게 되었지만, 동물 보호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목소리는 점차 커지고 있다.
동물 학대를 근절하기 위한 적극적인 법적 대응과 예방책 마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