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연기 하회마을 코앞까지 번져…세계유산 비상 방재 돌입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대형 산불이 안동 방향으로 확산하면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에도 연기가 유입돼 당국이 비상 방재에 돌입했다.
26일 소방과 산림 당국에 따르면 안동시 풍천면 어담지역 산불 화선이 하회마을과 직선 거리로 5.4㎞까지 접근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산불은 하회마을에서 10㎞ 떨어진 지점에 머물렀으나, 밤사이 불길이 더 가까이 접근하며 긴장감이 높아졌다.
하회마을 일대에는 이날 오전 연기가 자욱하게 퍼졌고, 밤사이에도 먼 산의 붉은 불빛이 희미하게 보였다는 주민 목격도 나왔다.
소방 당국은 초가집과 기와집 등 목재 건축물이 밀집한 하회마을의 특성을 고려해 방사포, 소방차, 인력을 집중 배치하고 마을 곳곳에 소방수를 뿌리며 산불 확산에 대비하고 있다.
전날 기준 소방차 10대와 소방대원 50여 명이 투입됐으며, 밤사이 추가로 방사포 장비 8대와 인력 27명이 보강됐다.
병산서원에도 소방 장비와 인력을 증원해 보호 조치가 진행 중이다.
문화재청도 병산서원의 편액 10여 점을 사전에 안동 세계유교문화박물관으로 옮겨 긴급 대피시켰다.
하회마을은 낙동강이 마을을 감싸듯 돌아 흐르는 지형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조선시대 양반문화와 유교 전통을 고스란히 보존해 2010년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병산서원 역시 2019년 한국의 서원 9곳 중 하나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유교 교육의 중심지다.
소방 당국은 산불이 남안동IC 지역에서 발생한 강한 연기로 인해 하회마을과 도청 신도시 등으로 연기가 대량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불길은 마을을 직접 위협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고온 건조한 날씨와 바람의 방향에 따라 언제든 접근할 수 있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번 산불은 이미 천년 고찰 고운사를 전소시키는 등 지역 문화재에 막대한 피해를 낸 상황이다.
신혜연 (karung2@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