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아파트 지하주차장서 ‘체액 테러’ 발생… 경찰 대응에 분노

경기 부천시 원미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한 남성이 여성 차량에 ‘체액 테러’를 저지른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19일 JTBC 〈사건반장〉은 피해 차주의 제보를 받아 이 사건을 보도했다.
사건은 이달 2일 오후 9시 40분쯤 발생했으며, 피해자는 자신의 차량 조수석 옆에 바짝 붙어 서 있던 남성을 목격했다.
남성은 피해자를 보자마자 황급히 도망쳐 자신의 차를 타고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피해자는 조수석 손잡이 부근에 이상한 액체가 묻은 것을 발견한 뒤 사진을 찍었으며, 다음 날 경찰에 신고했다.
피해자는 “제 차가 분홍색이고 고양이 캐릭터로 꾸며져 있어 남성이 여성 차량임을 알아보고 고의로 음란행위를 벌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신고 접수 나흘 만에 해당 남성을 검거했으며, 그는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는 “다른 여성들도 조심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범행 장면이 담긴 영상 공개를 요청했지만, 경찰이 가해자의 신원이 특정될 수 있다며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에 피해자는 경찰의 대응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또한 “차량에 내 전화번호와 아파트 동·호수가 적혀 있어 범인이 나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정작 나는 가해자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알 수 없다”며 경찰이 가해자 보호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체액 테러 행위는 성적인 의도를 갖고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는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법 체계상 ‘직접적 신체 접촉’이 없다는 이유로 대부분 재물손괴죄만 적용돼왔다.
2018년에는 시내버스에서 여성의 머리에 체액을 뿌린 남성이 무죄 판결을 받았으며, 2020년 대학 내에서 여학생 신발에 체액을 뿌린 남학생과 2021년 여성 동료의 텀블러에 수차례 체액을 넣은 공무원도 각각 벌금형에 그쳤다.
2023년 9월 경남 사천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여교사의 텀블러에 체액을 넣은 남학생이 검거됐으나, 재물손괴죄만 적용됐다.
피해 교사는 “텀블러 값 3만5000원, 내 상처가 딱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기분”이라고 호소한 바 있다.
반면 지난해 7월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여직원의 커피에 체액을 넣은 남성에게는 강제추행죄가 적용됐다.
경찰은 피해자가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고, 혐오감을 느낀 점을 고려해 강제추행죄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회에는 물건에 가해지는 체액 테러를 형사 처벌이 가능한 성범죄로 포함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논의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피해자 보호 강화를 위한 법 개정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신혜연 (karung2@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