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값 또 오른다” 이상기후로 생산량 감소… 김치업계 비상 경고

이상기후로 인한 배추 생산량 감소가 계속되면서 김치 업계가 원재료 수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가을배추 대란에 이어 올봄에도 배추와 무의 생산량이 줄어들며 가격이 급등하는 등 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9일 업계 및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겨울철 대설과 한파 등의 기상 악재로 인해 배추와 무의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다.
배추 생산량은 평년 대비 13.3% 줄었고, 무 생산량도 21.4% 감소했다. 이에 따라 가격도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하순 기준으로 배추 도매가격은 전년 대비 68% 상승했으며, 무는 무려 141%까지 치솟았다.
업계에서는 현재의 가격 상승세가 봄 재배형 출하(4월 하순~5월 중순) 전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김치 업체들은 자체적인 비축량을 늘리거나 거래처 확보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가격 인상에 대비하고 있다.
시판김치 1위 업체인 대상은 “가을배추 대란 이후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배추 구매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면서도 “농산물 특성상 장기 보관이 어려운 만큼 비축량을 조절하며 수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 풀무원, 동원F&B 등 주요 김치 제조업체들도 계약재배 확대와 구매처 다변화를 통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계약재배의 경우 계약 주기와 계약량이 업체별로 다르기 때문에 가격 변동성이 크며, 계약 재조정 시 추가 비용 부담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계약재배 공급량이 줄어들 경우 업체는 직접 추가 구매를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비용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동원F&B 측은 “양반김치의 해외 수출량이 증가하면서 계약재배 외에도 다양한 구매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며 “여름철 수요 증가에 대비해 3~5월 사이에 배추를 미리 확보하는 전략적 접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업체들은 단순히 가격 상승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수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시판김치 업체들은 국내산 배추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가격 상승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
본격적인 여름철이 다가오면 배추의 병충해, 무름 현상 등이 심해져 공급난이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김치 제조업체들은 중국산 배추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국내산 배추 공급에 의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여름철에는 품질 좋은 배추를 확보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므로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김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원가 상승 부담이 커지면서 업계는 불가피하게 소비자 가격 조정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해 김치 가격이 크게 올랐고, 올해도 배추와 무의 가격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치 업계는 이번 이상기후로 인한 공급난이 단기적인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급망 다변화, 저장 기술 개발, 재배 계약 확대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기후 변화로 인한 생산량 감소가 지속된다면 김치 업계뿐만 아니라 전체 식품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추가적인 지원과 기후 변화 대응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농산물 가격 안정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며,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스마트 농업 기술 개발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상기후가 가져온 김치 원재료 수급난은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치 가격 변동에 따라 가정 뿐만 아니라 음식점과 단체 급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가격 인상 압박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김치 업계가 이번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