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이재민은 동물도 마찬가지”…사료 2톤 도난에 보호단체 절규

물류가 마비될 정도로 초대형 산불이 휩쓴 경북 영남 지역에서, 화마를 피해 살아남은 동물들을 구조하던 동물보호단체가 충격적인 사료 도난 피해를 호소하고 나섰다.
동물들을 먹이기 위해 어렵게 준비해둔 2톤 규모의 사료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동물보호단체 ‘위액트(WeACT)’는 28일 공식 SNS를 통해 “산불 피해 동물들에게 주기 위해 모아놓은 사료 2톤이 도난당했다”고 밝히며 현장 사진과 함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단체 측에 따르면 사료는 지난 27일 밤부터 28일 자정까지 봉사자들과 함께 경북 영덕군민운동장 한쪽에 쌓아두었던 물품이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현장을 찾은 봉사자들은 사료가 전부 사라졌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경악했다.
단체가 확보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이날 오전 6시경, 청년으로 보이는 남성 대여섯 명이 해당 사료를 차량에 실어 나르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위액트는 “해당 사료는 영덕군민운동장을 거점으로 삼아 산불 피해 지역에서 구조한 동물들을 돌보기 위한 것이었다”며 “사료를 필요로 하는 지역 주민들에게도 일부를 나눠드리기 위해 준비한 것이었는데, 계획이 모두 무산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활동가들이 불철주야로 구조 현장을 오가며 수색을 벌이고 있는데, 돌아와 보니 사료가 완전히 사라진 상황이라 당혹스럽기 그지없다”고 덧붙였다.
이 단체는 이번 사료 도난 사건과 관련해 사료를 가져간 이들에게 “오후 5시까지 되돌려놓지 않으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산불 피해 지역에서는 동물들의 고통 또한 극심하다.
위액트를 비롯한 동물보호단체들에 따르면 일부 동물들은 목줄에 묶인 채 불길을 피하지 못했거나, 뜬장 안에서 새끼들과 함께 고립된 채 화마를 견뎌야 했다.
단체는 “털이 그을리고, 연기를 들이마셔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하는 개들이 많다”며 “폐허가 된 집터 한켠에 여전히 묶인 채 버려진 동물들을 구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어떤 어미개는 불이 번지는 와중에도 철장 속에서 새끼들을 품에 안고 있었다”며 현장의 참상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 대형 산불은 경북 의성을 시작으로 안동, 영덕, 청송, 영양 등지로 확산되며 수많은 이재민과 사망자를 낳았고, 일부 문화유산과 주거지도 피해를 입었다. 산불 진화가 다소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피해 지역 주민들과 동물들의 고통은 여전한 상태다.
동물 구조 활동을 이어가던 위액트는 “동물도 이재민입니다. 생명을 위한 기본적인 먹거리가 사라진 상황에서 구조 활동이 난항을 겪고 있다”고 강조하며, 사료와 구호물품 지원, 자원봉사 참여 등 시민들의 관심과 도움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한편, 위액트는 전국 각지에서 산불 피해 동물을 위한 후원과 사료 기부를 받고 있으며, 관련 소식은 공식 홈페이지와 SNS 채널을 통해 지속적으로 공지하고 있다.
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