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 전세 사라지고 월세·자가 양극화…’중간 주거’ 붕괴 현실화

30대 초반 청년 세대의 주거 환경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 주거의 중간지대로 여겨졌던 전세 비중이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월세와 자가 거주가 양극단으로 갈라지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중산층을 상징하던 전세가 점점 사라지고, 청년 세대의 주거가 두 방향으로 분화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계청 국가통계연구원이 27일 발표한 ‘생애과정 이행에 대한 코호트별 비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세대별 주택 점유 형태를 비교한 결과, 30대 초반 연령대에서 전세보다 월세 또는 자가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1970년대생부터 1980년대 후반생까지를 5년 단위로 나누고, 이들이 31세에서 35세에 해당하는 시기의 주거 형태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월세에 거주하는 비율은 시간이 흐를수록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1970~1974년생의 월세 거주 비율은 17.3%였지만, 1985~1989년생에 이르러서는 21.3%로 상승했다.
이는 경제적인 부담, 전세 물량 감소, 보증금 마련의 어려움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최근 몇 년간의 전세난과 금리 인상으로 인해, 전세금 마련이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보증금이 적거나 없는 월세로 전환하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임대차 3법 등 제도적 변화도 전세 시장 위축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자가 거주 비율 역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970~1974년생의 자가 비율은 48.1%였으나, 1980~~1984년생은 51.1%까지 올라갔다.
비록 1985~1989년생은 다시 49.0%로 소폭 하락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자가를 선택한 비율이 점진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이 같은 흐름은 부동산 가격 상승기나 대출 여건 완화 시기와도 맞물려 해석된다.
눈에 띄는 점은, 전통적인 주거 형태로 여겨졌던 ‘전세’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1970년대생의 경우 전세 비율이 34.6%에 달했으나, 1985~1989년생에 이르러서는 29.7%로 감소했다.
이는 경제력에 따라 자가 또는 월세로 이탈하는 양상이 강화되며 전세의 입지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방증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주거 구조 변화에 대해 “중간 주거 영역의 축소는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 정책적 환경의 변화가 직접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청년층 내에서도 주거 양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정책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가 보유 비율의 상승이 곧바로 청년층의 자산 형성이나 안정된 주거 환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최근 몇 년간 신혼부부나 30대 초반 세대의 내 집 마련은 상당 부분 부모의 자산 이전이나 증여를 통한 ‘금수저 대출’에 기대고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따라서 자가 비율 상승이 경제적 자립의 결과인지, 또는 가족 자원의 이전인지에 대한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자가 구매를 위해 대출에 크게 의존한 경우 금리 인상기에는 주거 불안정이 심화될 수 있다. 반면 월세 거주자는 당장의 금융 부담은 적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산 축적의 기회를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구조는 청년층 사이에서도 자산 양극화를 더욱 고착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중간 지대인 전세 시장이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을 단순한 시장 변화로 보기보다는, 세대 간 자산 격차와 구조적 불균형을 반영하는 지표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더불어 청년층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예컨대 전세금 마련을 위한 정책자금 확대, 공공임대 공급 강화,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 대상 금융지원 등 다양한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이번 조사 결과는 코호트 분석을 통해 주거 트렌드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라며 “앞으로의 청년 정책 수립에 중요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