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코앞까지 왔는데 퇴근 못 해”…안동 골프장 캐디, 산불 속 근무 강요 폭로

0
산불
(사진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산불
(사진출처-온라인 커뮤니티)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대형 산불이 인근 지역으로 확산되며 전국적인 피해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북 안동의 한 골프장이 산불 위험 속에서도 캐디와 고객들에게 정상 영업을 강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5일 한 캐디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산불에 죽을 뻔했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당시 상황을 전하며 골프장의 무책임한 운영을 고발했다.

작성자인 A씨는 산불이 발생한 이후에도 근무를 이어갔던 경험을 공유하며 “22일 산불이 시작된 이후 25일까지 계속해서 재가 날리고 타는 냄새가 심했다.

마스크 없이는 숨쉬기도 어려울 정도였다”고 밝혔다.

특히 A씨가 근무한 골프장은 의성 인근 안동에 위치해 있었으며, 산불로 인해 고속도로 양방향이 통제됐다는 재난 문자가 발송됐음에도 불구하고 예약 고객 60팀 중 단 5팀만 예약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A씨는 이어 “나머지 55팀은 취소가 불가능하다는 골프장 측의 방침에 따라 모두 입장했고, 나 역시 오전부터 근무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후 3시가 넘어서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그는 “하늘이 어두워지고, 바람이 거세지면서 연기와 함께 큰 재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산불이 골프장 인근까지 접근하는 게 눈으로 보일 정도였다”고 당시 위급했던 순간을 전했다.

특히 A씨는 담당했던 팀의 전반 라운드를 마친 후 후반 라운드를 이어가야 했던 상황에서 불길을 목격했고, 고객들과 상의 후 경기 중단을 논의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골프장 측 직원은 “후반 라운드에 들어가야 한다”며 경기 강행을 지시했고, 이에 격분한 고객들이 “그냥 가겠다”며 자진 퇴장했다는 설명이다.

A씨는 “불길이 육안으로 보일 정도였고, 연기와 재가 가득한 상황에서 경기를 계속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고객들도 두려워하며 떠났고, 나는 가까스로 탈출했지만 코스 안에는 여전히 많은 팀이 남아 있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골프장이 휴장은 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예약 취소는 가능하게 했어야 한다”며 “돈 때문에 안전을 외면한 골프장의 결정은 정말 무책임했다. 오늘 역대급 대형 참사가 발생할 뻔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 말미에는 “결국 나는 실직자가 됐고, 골프장도 산불로 모두 타버렸다고 들었다”며 씁쓸함을 드러냈다.

A씨가 함께 올린 영상에서는 골프장 주차장에서 탈출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산불이 입구 인근까지 번졌고, 골프장 뒤편 산은 불길에 휩싸인 모습이었다.

연기와 함께 주차장에는 차량들이 급히 빠져나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해당 폭로는 온라인 상에서 급속도로 확산됐으며, 누리꾼들은 “직원과 고객을 위험에 방치한 무책임한 운영이다”, “돈보다 생명이 우선이어야 한다”, “재난 상황에 골프를 강행하라는 건 인권 침해 아닌가”라는 반응을 보이며 골프장 측의 대응을 비판했다.

한편, 산불은 지난 21일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돼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지로 확산되며 대형 산불로 이어졌다.

26일 오후 4시 기준 사망자만 18명, 부상자도 다수 발생한 가운데, 산림피해 역시 1700ha를 넘어서고 있다.

전국 소방 및 군 병력과 헬기가 총동원되어 진화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건조한 날씨와 강풍으로 인해 불씨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정부는 산불 위기 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했으며, 피해 지역 주민에 대한 대피 조치와 구조 활동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대피소 부족, 구조 사각지대, 시설 피해 등의 문제가 속출하고 있어 보다 체계적인 재난 대응 체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캐디의 폭로는 재난 상황 속에서 민간 업장의 안전 불감증과 직원 보호의 사각지대를 드러낸 대표적 사례로 주목받고 있으며, 향후 골프장을 포함한 민간 체육시설의 재난 대응 매뉴얼이 재정비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다른기사보기

이소율 (lsy@sabanamedia.com) 기사제보

0 0 votes
Article Rating
Subscribe
Notify of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